대법 “의사는 허용 안된 진료 할수있다” 판결 논란
충분한 설명·동의 의무화 불구 상대적 약자 입장 환자들 반발
말기암 환자 A(58) 씨의 아내 B(55) 씨는 얼마 전 의사에게 남편 암치료에 도움이 되는 효과 좋은 약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귀가 솔깃한 B 씨는 주치의에게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한 번 사용해 보자”고 했다.
의사는 B 씨에게 급여, 비급여, 임의 비급여 등 잘 알지 못하는 얘기를 늘어놨다. 남편의 목숨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B 씨에게 의사의 어려운 얘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조건 남편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 나머지 B 씨는 의사의 의견을 따랐다.
그러나 3개월도 안돼 남편 A 씨는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B 씨에게는 수천만원의 의료비가 청구됐다.
말기 암 환자에게 보험 급여 처리되는 약이 아니라 해외에서, 선진국에서 효과 좋게 쓰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비급여라 사용되지 않는 약을 사용한 것이 발단이 된 것이다.
의사의 임의 비급여 처방에 대해 대법원이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리면서 환자들의 의료비 가중이 더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자단체는 이미 “환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임의 비급여 요건에 대해 대법원은 진료행위가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갖추고, 요양급여 인정기준을 벗어나 진료해야 할 의학적 필요성이 있으며, 환자 등에게 미리 그 내용과 비용을 충분히 설명해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달았다. 또 진료행위의 정당성을 의료기관이 입증토록 했다.
그러나 의학적 지식이 전무할 수밖에 없는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의 ‘말 한 마디’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당연히 의사가 임의 비급여 처방이나 시술을 할 경우 그냥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형병원 내과 과장은 “사실 환자의 동의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는 의사가 결정한 방법으로 시술이나 처방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임의 비급여 처방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2010년 임의 비급여 처방이나 시술로 인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환급 요청이 들어온 금액은 모두 18억60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급여, 비급여, 임의 비급여 등에 대한 차이를 모르는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많아 신청이 적었을 뿐,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이 문제가 이슈화된 만큼 앞으로 환급 요청이 수백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의 비급여에 대한 제한적 허용 판결로 임의 비급여 의료행위가 양성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있다. 자칫 안전성 유효성 등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의료행위가 무분별하게 증가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박병국 기자> /cook@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