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편지 작성 경위 및 전달과정 전모
신명씨 양아버지 얘기듣고 당시 한나라당에 넘겨 야당 등 정치권 반발 거셀듯
2007년 대선 직전부터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BBK 편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검찰 수사 내용을 종합하면 BBK 편지는 신경화 씨 동생 신명 씨에 의해 대리작성됐지만 별도의 편지 작성을 지시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야권에서 강조해왔던 음모론을 일소하는 결론인 셈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강한 의혹을 제기해왔던 만큼 이번 수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신 씨 형제의 편지 작성 경위와 동기, 홍준표(58) 전 새누리당 의원의 손에 편지가 전달되게 된 과정에 대한 의문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BBK 편지는 김경준에 전달하려고 신 씨 형제가 쓴 것= 검찰에 따르면 신경화 씨는 지난 1998년 국내에서 강도 범죄를 저질렀다. 모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고장난 차를 수리하려던 사람의 뒤에 몰래 다가가 흉기로 머리를 때리고 금품을 훔쳐 달아난 것. 이후 그는 미국으로 도피해 대리운전 기사를 하며 살아가다 공조수사에 나선 미국 경찰에 검거돼 LA 연방구치소에 수감됐다. 당시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김경준(46ㆍ구속수감) 씨와 신 씨의 만남은 이때가 처음이다.
김 씨는 구치소에서 만난 신 씨 앞에서 여권사람 및 정부 인사와 면회한 사실을 떠벌렸다. “지금 한국 송환을 거부하고 항소하면 무죄로 만들어주겠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 씨는 신 씨의 항소장 등도 작성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씨의 약속과는 달리 신 씨는 결국 처벌을 피하지 못하고 1년여간 구치소에서 살다 한국에 인도됐다. 김 씨는 2007년 한국에 인도되는 신 씨에게 “여당(당시 민주당) 인사들을 만나 이명박 후보의 관련 의혹을 폭로하는 것을 도우면 풀려날 수 있다”며 “내가 한국에 가기 전에 먼저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고 말했고 신 씨는 이를 면회 온 동생 신명 씨에게 전했다. 실제로 신 씨가 구치소에 있는 동안 당시 여당 측 변호사가 찾아와 “김경준 씨에 대한 진술을 해주면 무료변론을 해주겠다”며 무료변론 각서와 명함을 함께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신명 씨는 당시 여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고 판단, 형 경화 씨와 상의한 뒤 “큰집(당시 청와대)의 말대로 했지만 우리 둘이 이용만 당하는 것 같다”는 요지의 편지를 쓰게 됐다는 것이다.
▶홍준표 전 의원에게 어떻게 전달됐나= 편지를 작성한 신명 씨는 해당 편지를 형 부탁대로 김 씨에게 보내기 전, 양아버지처럼 믿고 따르던 양승덕 경희대 행정실장에게 들고가 상의했다. 양 씨는 신명 씨가 대학에 다닐 때 불우한 형편을 알고 학자금을 마련해주고,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병원을 차릴 수 있도록 3억여원의 돈을 융통해 준 은인이다.
편지를 읽어본 양 씨는 신 씨에게 “이걸 한나라당에 가져가면 형을 풀려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신 씨는 편지와 여당 법무팀장의 각서, 명함을 양 씨에게 건넸고 양 씨는 이를 김병진(63ㆍ두원공대 총장)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상임특보에 전했다. 김 특보가 이를 은진수(51ㆍ구속수감) 감사원 감사위원에게 전했으며 은 위원은 다음날 홍 전 의원 등 BBK 대책팀이 회의하는 자리에 이 편지를 비롯한 자료를 들고 찾아가 “알아보라”고 전달했다는 것이다.
▶‘가짜 편지 아니다’ 결론, 야당 측 반발 거셀 듯= 검찰이 BBK 편지에 대해 가짜 편지가 아니라고 재차 결론냄에 따라 정치권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지난 2008년 원 수사 때도 이미 이 편지는 대필 편지임이 확인됐으나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다 이번에 가짜 편지 의혹에 휩싸이면서 사실상 재수사를 촉발하는 단초가 됐다.
문제의 편지는 김 씨가 당시 청와대 및 대통합민주신당과 공모해 기획 입국하려 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당시 여당이던 민주통합당 측 등 야권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은 오히려 여권이 편지 작성 배후에 있을 것으로 추측해 왔다. 특히 내곡동 사저의혹, 민간인 사찰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모두 현 정부의 입장에 맞게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야당 측은 원수사 특검에 이어 재차 특검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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