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이 취업을 위해 사교육비를 아끼지 않는 현상이 일반화되면서 취준생이 사(私)교육의 ‘호갱님(호구+고객님)’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호갱님은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호구와 고객을 합친 소위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뜻하는 은어로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취업대비학원은 취업준비생을 ‘호갱님’으로 만드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졸업 후 공기업 입사를 희망하던 이영한(가명ㆍ28) 씨는 인터넷을 통해 공기업 필기시험 과목을 가르쳐주는 학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씨가 원하는 공기업은 필기시험에 경제학이 포함돼 있다. 경제학과 출신도 아니기 때문에 이씨는 대학원을 가야 하나 망설이던 중 학원에서 단기간에 기초 이론을 완성해준다는 광고를 보고 솔깃했다.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이 학원의 두달 과정 수강료는 이론과 문제풀이만 75만원. 전공 논술이 포함돼 있는 4달 과정은 210만원이다. 한 달 과정은 없었다.

서울 종로에 있는 또 다른 학원을 알아본 이씨는 경제학 이론이 16회에 32만원, 논술이 8회에 40만원, 인적성 대비는 4회에 30만원, 면접은 영어 구술면접과 실전면접 두 개의 수업이 각각 4회에 30만원이라는 것을 알고 눈물을 머금어야 했다.

이 씨는 고민 끝에 노량진에 위치한 학원 종합반에 등록, ‘기본이론-실전-문제풀이’의 커리큘럼을 충실히 따랐다.

그러나 배운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탓에 단기간에 경제학 마인드를 갖는 게 쉽지 않았다.

200만원이나 되는 돈을 학원비로 지불한 것을 아쉬워했지만 너무 늦었다.

또 다른 취준생인 박모(27ㆍ여) 씨는 “수십 만 원의 학원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취준생도 있다”며 “취업 때문에 마음이 급한 수험생들을 이용해서 장사를 하려는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외국어학원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취준생을 사교육에 의존하게 만든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강남의 H어학원은 토익종합반과 함께 스터디 명목으로 이 학원에서 자체 제작한 교재까지 판매한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듣는 ‘정규 종합반’ 수업료는 한 달에 37만 5000원이지만 매 수업시간마다 1시간가량 일찍 와서 줄을 서야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을 정도다. 이 수업은 강사가 스터디 그룹을 조직해 주고 스터디를 하는 학생들에게 기출문제가 담긴 교재를 나눠준다. 스터디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이 학원에서 자체 제작한 단어장과 문제집을 사서 학습한다. 해당 교재는 토익시험을 준비하는 응시생들 사이에서 ‘교과서’로 통한다.

전국에 지점을 갖고 있는 Y어학원과 P어학원 역시 각종 어학 시험에 대비한 수업을 자사에서 제작한 교재와 함께 판매하고 있다. ‘토익 700점 뛰어넘기’ 등 점수대별로 다른 강좌를 개설하고 각 강좌마다 다른 교재를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아 불안한 수험생들을 유인하기에 좋은 전략이다.

수험생들이 어학원이 만든 ‘시험대비 상품’의 ‘호갱님’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여기에 ‘엿장수 맘대로’인 토익 응시료도 취업준비생의 주머니를 시도 때도 없이 후려치고 있다. 올해 초 토익 응시료가 3만 9000원에서 4만 2000원으로 7.7% 인상됐지만 취업준비생들에게 또 다른 대안은 없다. 토익 정보를 공유하는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응시생들은 응시료 인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지만 시험 보는 것을 포기하는 응시생들은 거의 없다.

최근 삼성, LG, CJ 등 대부분의 대기업이 ‘토익 스피킹’점수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토익시험 시행업체는 토익 필기시험과 토익 스피킹 시험을 한꺼번에 응시할 경우 토익 스피킹 응시료를 8000원 할인해주는 패키지상품까지 내 놓았다.

점수가 급한 응시생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패키지로 토익 시험을 접수한다. 최근 1년간 계속해서 토익에 응시한 취업준비생 문모(31) 씨는 “모든 기업이 토익을 중요시하다보니 토익시행 업체가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gyelov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