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얼마전 배우 김응수(51)를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 청산유수의 입담과 만만치 않은 인문학적내공이었다. 원래 배우가 아니라 영화감독이 되려고 했음인지 세상에 하고싶은 이야기와 전하고싶은 메시지가 많은 듯 했다.(그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일본영화학교에 유학 다녀온 영화학도다)
이런 이야기를 시종 진지하게만 했다면 인터뷰가 2시간을 넘기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중간중간 깨알 같은 유머 감각과 삶의 여유를 보여주었다. “저 사람이 내가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던 김응수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김응수는 착한 역, 특히 형사 역을 자주 맡았지만 언젠부터인가 악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모두 진지한 연기다. 김응수는 최근에는 보수 기득권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배역을 자주 맡았다. 노회하고 야비한 느낌이 나는 캐릭터다. 악역은 2007년 ‘한성별곡-正’에서 생존과 출세를 위해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노회한 보수파 관료를 연기해 호평받은 후 ‘추노’에서 부정한 관리의 표상인 좌의정 이경식으로 악역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이때부터는 노련한 악역 전문배우가 됐다.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김 교수(안성기)에게 석궁을 맞았다는 판사로 나오고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최민식에게 뇌물을 받는 간부 검사, ‘해가 품은 달’에서는 권력에 눈이 먼 영의정인 윤대형으로 등장하고, ‘가비’에서는 구한말의 미우라 공사를 연기했다. 모두 보수적이거나 음흉하거나 권력을 지닌 악인이다.
‘한성별곡-正’과 ‘추노’를 연출한 곽정환 PD는 “김응수 선배는 최근 몇년간 맡은 진지하고 노회한 이미지뿐만 아니라 코미디 배우로도 좋은 자질을 지니고 있다”면서 “다음에는 김 선배에게 그런 배역을 꼭 한번 맡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응수는 코믹한 ‘끼’를 숨길 수 없었다. 최근 출연한 ‘라디오스타’에서 그 ‘포텐’이 폭발했다. 목화 단원 시절 송강호가 자신을 따라다니면서 ‘행님 행님, 라면 좀 사주세요’라고 했다고 말했으며, 나눔과 단정의 아이콘 차인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담패설이야”라고 했다. 여성들에게 최고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김수현에 대해서는 “재미가 없어서 여자친구 사귀기 힘들 것”이라고 말해 후배들을 모두 ‘한 방’에 보내버렸다.
흥미로운 건 모두 실명을 거론하며 후배들의 전혀 다른 면모를 폭로했지만, 모두 재미있어 했다는 점이다. 김응수의 코미디 배우로서의 자질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저음 목소리가 매력적인 김응수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악역을 맡으면 진짜 무섭게 여겨진다. 하지만 분장하지 않은 모습으로 만났더니 그냥 아저씨였다. 386세대가 50대에 접어든 그런 모습이다.
경기도 삼송리의 한 농장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승합차를 직접 몰고 돌아오는 길에서도 내내 재미난 입담을 뽐냈다. 시트콤이건 정극이건 멀지않아 김응수의 코믹 연기를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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