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가격담합 논쟁…라면업계 입장

라면값 담합? 인상폭 비슷? ‘감면’고시 “업계가 담합해서 비슷하게 라면값을 올렸다고요? 물가 당국에서 사전에 가격 인상 상한선을 정해주는 게 우리 현실이에요. 거기에 맞춰 인상 폭을 억제해왔는데 되레 담합했다고 과징금을 때리면 우린 어쩌란 말입니까?”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폭탄에 라면업계의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공정위가 가격 담합을 이유로 1345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한 사실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농심을 비롯한 라면업체들(삼양라면 제외)은 이번만큼은 순순히 물러갈 수 없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법리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라면값 올리려 가격 담합한 사실 없다”=공정위는 라면업체들이 지난 2001년 단행된 가격 인상부터 2010년 2월까지 총 6차례에 걸친 라면업계 대표자회의를 통해 가격 인상 계획, 일정 등 각종 정보를 협의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라면업계는 이런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가격 담합을 논의하는 대표자회의도 리니언시 제도(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선택한 삼양식품의 추상적인 주장일 뿐, 대표자모임 자체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공정위가 담합의 진원지로 지목한 라면협의회는 가격협의체가 아니라 국세청 훈령에 따라 무자료 거래 근절 등을 목적으로 설치ㆍ운영돼온 단체라, 가격 담합 업무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공정위가 이번 조사 과정에서 이 협의회를 2차례나 조사했으나 가격 담합의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면업계는 또 필요한 가격 인상 정보를 사전에 교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부와 협의를 마친 상태에서 사후 정보 교류 차원에서 만난 것까지 담합으로 보고 있다”며 울상 지었다.

▶라면 가격 인상 폭이 왜 비슷하냐고?=라면업계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가격을 올리는 관례를 따랐을 뿐인데 공정위가 담합의 낙인을 찍었다며 못마땅한 입장이다. 생필품으로 분류된 라면은 업체마다 원가 구조가 비슷할 뿐 아니라 사실상 정부와 협의해 가격 인상 상한선을 결정해왔다. 선두 업체가 물가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인상 폭을 정하면 후발 업체들이 뒤따라 비슷한 폭으로 올리는 게 관행이다. 인상 폭이나 인상 시기가 비슷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9년 공정위의 소주업계 담합 과징금 부과 사례가 주목된다. 당시 9개사가 가격 인상을 담합했다며 과징금 250억원을 부과하자 소주업계는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소주 가격이 사실상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결정되는 만큼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설탕 등 대부분의 생필품 가격은 농림수산식품부나 기획재정부 등 물가 당국의 사전 허락을 받아 가격을 올리는 게 관행이다.

▶과징금 깎아주는 담합 고시에도 ‘시큰둥’=가격 담합 행위를 자진 철회하면 과징금을 최대 50%까지 깎아준다는 내용의 공정위 ‘과징금 부과 세부 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대해서도 업계는 달갑지 않다는 표정이다. 일각에선 공정위의 담합 처벌 수위가 주관적으로 흐르고 자칫 공정위 권한만 강화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무리한 가격 담합 발표에 그동안 억울한 측면이 많았던 기업으로선 이번 고시도 투명성과 실효성에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기업의 자진 신고를 유도하는 ‘리니언시 제도’가 논란을 빚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고시가 과연 부작용 없이 추진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최남주 기자/calltaxi@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