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살림살이가 팍팍하다고 연일 아우성이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때문이다. 가계 사정은 넉넉치 않은 데 생필품 가격이나 공공요금 등은 지칠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니, 먹고 살기 힘들다는 푸념이 절로 나올 법하다.
고물가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올해 1분기들어 소비 위축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소비의 바로미터인 유통가 매출지수를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백화점 1월 매출은 설 연휴에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4.1% 줄었다. 잘나가는 대형마트도 2월 들어 영업일수를 늘렸지만 매출은 오히려 1.7% 감소하며 역주행한 것으로 나왔다.
이같은 소비 침체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역시 문제는 물가다. 최근 지하철과 가스요금 등이 올랐고, 기름값 역시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식탁에 오르는 채소와 과일, 생선 등 찬거리도 심상치 않다. 어디 이뿐인가. 서민들의 대표음식인 칼국수 조차 5000원짜리는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됐다.
고물가의 영향 때문인지, 지난해 저소득층 가구의 엥겔계수는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소득층은 소비지출의 절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생활물가가 오르면 이들의 엥겔계수도 덩달아 높아지기 마련이다. 즉, 소득이 낮은 계층일 수록 기본적인 의식주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는 얘기다.
소득 하위 20% 의식주 부담이 2002년 이후 최악이란 통계청의 발표는 고물가로 인한 저소득층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가를 반증하고 남는다. 소비 부진은 나라의 경제와 서민 생활을 피폐하게 만든다. 요즘들어 이곳 저곳에서 소비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국가경제의 성장 잠재력과 안정성 등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성의 메지시가 나오는 것 같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펴낸 ‘소비부진 진단과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 대비 0.4% 떨어졌다. 11분기만에 기록한 첫 마이너스인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내수 소비재기업 350개사를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도 전체의 47.7%가 ‘내수부진에 시달리고 있다’는 어두운 응답이 나왔다.
민간 소비가 위축되면 기업의 생산이 감소하고, 이는 고용 부진과 가계 소득 감소로 이어져 민간 소비가 다시 감소하는 악순환의 함점에 빠지게 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 대형마트가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겠다며 상품 가격 인하 경쟁을 개시했다. 홈쇼핑과 온라인몰 등 다른 유통채널도 덩달아 가격인하 전략을 짜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 한미 FTA 효과까지 가세한다면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살림살이가 빠듯한 서민들 입장에선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변화가 소비심리 회복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경계해야 할 대상도 있다. 자신의 이윤만 추구하는 일부 악덕 기업들의 가격 담합과 제품 값 변칙인상, 과다한 유통마진 챙기기 등 소비를 가로 막는 역주행은 버려야한다. 우리에겐 고물가와 소비 회복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는 지혜가 필요하다. 소비가 살아야만 대한민국 경제가 살수 있기 때문이다.
<최남주기자@choijusa> calltax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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