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애는 대한민국 아내들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 말에 대한민국 모든 아내들의 얼굴이 김희애 같다면 얼마나 좋겠냐고 아우성 칠 남편들이 많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들의 미모를 김희애와 비교하자는 의도는 아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아내들의 이야기를 하는 김희애의 이야기다.
김희애는 ‘내 남자의 여자’와 ‘마이더스’를 거쳐 JTBC 수목미니시리즈 ‘아내의 자격’(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에 안착했다. 변신을 거듭하며 다소 강한 캐릭터를 선보인 전작들과는 달리, ‘아내의 자격’의 김희애는 힘을 빼고 편안하게 안방극장을 노크했다.
‘아내의 자격’에서 김희애는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인 윤서래로 분했다. 아들의 건강이 최우선이라 생각하며 살아온 서래는 남편의 욕심으로 등 떠밀려 대한민국 교육의 메카 대치동에 입성하게 된다. 서래는 ‘강남엄마’들의 만만치 않은 텃세와 경쟁에 치여 고단한 생활을 보내던 중에 치과의사 태오(이성재 분)를 만난다. 태오 역시 서래처럼 아이를 사이에 두고 아내와 계속해서 갈등을 빚어오던 인물이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한 서래에게 남다른 감정을 가지게 된다.
‘아내의 자격’은 ‘아내’의 이야기지만 결국 ‘불륜’이란 코드를 안고가기에 막장논란을 피할 수 없다. 불륜이란 자극적 소재에는 다소 과도한 설정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전개되는 불륜 치정극과는 달리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이 처한 고단한 현실에 대한 ‘썰’을 풀어놓는다. 특히 아이들의 치열한 입시가 곧 엄마들의 입시가 되어버린 이상한 풍경들은 드라마 안에서 리얼하게 그려진다.
김희애는 여기에 ‘대한민국의 아내이자 엄마’의 애처로운 눈빛을 그대로 녹여냈다. 시청자들, 특히 주부 시청자들은 현실과 맞물린 그의 연기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호응하고 있다. 지난 3월 8일 방송된 ‘아내의 자격’ 4회는 시청률 1.324%(전국기준, 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하며 동 시간대 종편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시청률 1%를 넘기면 소위 대박이라고 하는 종편에서 1%를 넘긴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김희애는 어떤 극을 오가든지 캐릭터에 꼭 맞는 옷을 입고 나타나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배우다. 그가 이번에는 브라운관에서 대한민국 아내들의 마음을 풀어놓고 있다. 그가 단지 ‘아내’나 ‘엄마’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여자’로서 남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며, 계속해서 시청자들의 이해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슈팀 기자 / 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