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잡스 사망 직후 애플의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애플은 여전히 잘나가고 있다. 작년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73% 증가한 436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순이익은 2배 이상 증가한 131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GE 순이익의 3배가 넘는 것이다.
주가도 함께 뛰고 있다. 최근 500 달러를 넘어섰으며, 시가총액도 47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엑손모빌(4000억 달러)을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미국 최대기업이 됐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인 구글, 인텔, 아마존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 보다 더 많고 전체 나스닥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의 기업규모가 커지면서 미국 기업들의 실적 발표 시즌에 애플을 포함시키느냐 제외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예를 들면, 작년 4분기 S&P 500 상장 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6.6% 증가했지만 애플을 제외하면 이보다 훨씬 낮은 2.8%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IT 기업들로 구성된 기술주 분야에서 더욱 심하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전체 기술주들의 순이익은 전년대비 21% 증가했지만 애플을 빼면 불과 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애플을 포함한 S&P 500 상장기업들의 작년 4분기 이익률은 전년 동기대비 0.05% 포인트 증가했지만, 애플을 빼면 오히려 0.22% 포인트 감소했다.
애플의 성적표에 따라 전체 기업들의 실적이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자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을 제외한 이른바 ‘Ex-Apple’이라는 실적분석 보고서를 별도로 만들고 있다. 물론 실적분석 보고서에서 특정 기업을 배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85년에 IBM의 시가총액이 급격히 늘어나 956억 달러에 달하자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IBM을 제외한 ‘S&P 500 ex-IBM’이라는 지수가 사용된 바 있다.
애플이 30개 우량주들로 구성된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다우존스 지수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이유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다우존스 지수는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아닌 주가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산출되는데, 현재 주가가 가장 높은 기업은 IBM으로서 주당 190달러 수준이다. 만약 주가가 500을 넘는 애플이 다우존스 지수에 포함될 경우 애플의 주가에 따라 전체 다우존스 지수가 크게 변동하는 주가지수 왜곡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작년 애플 주가가 335 달러였을 때 애플 주가가 1% 변동하면 전체 다우존스 지수가 23% 변동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는데, 지금은 애플 주가가 500을 넘었으니 변동폭은 더 커졌다. 주가가 너무 높은 애플이 다우존스 지수에 포함되면 다우존스 지수 자체의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애플이 다우존스 지수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애플로 인해 별도의 시장분석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는 애널리스트들에게는 애플이 골칫거리가 될 수 도 있겠지만, 어찌 보면 참 행복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도 애플과 같은 기업이 하루빨리 나오길 기대해 본다.
<KOTRA 뉴욕 무역관 고일훈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