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당한 딸 위해…시한부 인생 엄마의 잔인한 선택
사건 조사때 2차 피해 우려 남동생·후배에 보복 지시 강화등지 다니며 7시간 폭행 매일매일 조금씩 살이 썩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엄마 K(52) 씨. K 씨는 남편 L(55) 씨와 몇 년 전 이혼한 뒤 딸 L(15) 양과 함께 어렵게 살아왔다.
중소기업에 다니던 L 양의 아빠 L 씨는 K 씨에게 넉넉한 생활비를 주지 못했다. 이러던 중 딸 L 양은 두 달 전쯤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S(19) 군과 사귀게 됐다. S 군과 가깝게 지내던 L 양. L 양은 지난 21일 낮 12시께 병마에 시달리던 엄마 K 씨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바로 딸아이의 남자 친구인 S 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거였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던 K 씨는 이혼 후 연락이 뜸했던 남편 L 씨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L 씨와 K 씨는 부인의 남동생 K(49) 씨에게 딸아이의 성폭행 사실을 털어놨다. 이후 남동생 K 씨와 남동생의 사회 후배 A 씨는 바로 S 군을 경기도 김포의 한 바닷가로 끌고 가 손과 발을 묶은 뒤 경기도 강화 등지까지 끌고다니며 약 7시간 동안 마구 폭행해 2주 상해를 가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L 양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S 군은 “L 양과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27일 딸이 성폭행을 당했다며 청부폭력을 지시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남편 L 씨와 부인 K 씨에 대해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 부부의 지시를 받고 폭력을 행사한 남동생 K 씨, A 씨 등 2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국가 공권력을 믿지 못하겠다며 직접 응징ㆍ징벌하겠다고 나선 사건이다. 최근 개봉해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하울링’에는 늑대개가 등장하는데, 이 늑대개는 딸아이를 강제 매춘(賣春)시킨 인간에 대한 분노를 늑대개를 통해 표출시킨 한 아버지의 스토리에서 비롯된다. 지난 1985년 개봉 화제작 에미 역시 사창굴에 팔려 나간 딸아이를 찾아 나선 어머니가 결국 딸아이를 악의 구렁텅이로 빠뜨린 일당을 살해한다는 얘기다.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가상 스토리 픽션(Fiction)이, ‘팩트’화 돼 실제에서 벌어져 더욱 관심을 끈다.
무엇보다 이같이 공권력을 믿지 못해 직접 응징ㆍ징벌하겠다고 나선 경우는 성폭행 사건에서 더욱 빈번하다. 성폭행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찰 등 사법기관에서 피해 조사를 받을 때 2차 피해를 받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부모는 물론 딸아이의 최소한 자존심까지도 조사과정에서 짓밟히게 된다. 여기에 법원까지 가게 될 경우 부모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양형을 받기 어렵다.
성폭행을 당한 딸아이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아픔과 상처를 갖고 있지만, 정작 가해자는 뻔뻔한 경우도 많다. 돈으로 막자, 몇 년 살고 말지 등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폭행 피해자의 경우 사건 발생부터 재판이 끝날 때까지 성폭행 피해자 자신이 모든 것을 입증해야 한다”며 “가해자는 당신들이 한번해 봐라 등의 태도를 가지는 경우가 많아 상황이 역전돼 피해 여학생 부모 입장에서 보면 속이 뒤집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이인수, 박병국 기자/gilbert@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