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안이었던 삼성과 CJ의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대한통운 인수, 최근 삼성가(家) 장남인 이맹희 씨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한 막대한 재산상속 소송 등으로 껄끄러워진 삼성과 CJ 사이에 또 하나의 폭탄이 터졌다.

이번에는 ‘미행’건이다. 삼성물산 감사팀 직원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미행한 게 밝혀진 것이다. 그 직원의 단독행동인지, 그룹 측이 개입돼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재벌가 미행’ 장면이 세간의 화제에 오르면서 삼성은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CJ는 당장 해당 직원을 고소하는 동시에 삼성의 해명과 사과,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삼성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면서도 CJ 측에서 지나치게 확대전선을 형성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하면서 양측의 전운은 고조되고 있다.

갈등 뒤 봉합, 또 갈등 뒤 봉합을 반복해 왔던 양측의 그동안 관계를 고려하면 극적 화합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지만, 이번에는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대두된다. 특히 재계에서는 가뜩이나 반기업정서가 횡행한 상황에서 이번 일이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다.

▶삼성가 소송 등 분쟁 확대되나=CJ 분위기는 격앙돼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이 타 기업 회장을, 특히 삼성가 장손인 이재현 회장에 대해 미행 및 감시를 했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도, 용납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CJ가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했기에 거기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본다”는 입장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여러가지 해석이 분분한데, 고소 이후 가려질 정확한 사실을 놓고 대응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미행이 개인 돌출행동이든, 조직적 행동이든 이는 메가톤급 사건인데다 현재 양측 감정이 심하게 상해 있는 만큼 삼성-CJ 갈등은 삼성가 전체 분란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이맹희 씨의 재산 소송이 자진 취하될 가능성은 더 낮아 보인다. 이맹희 씨의 소송을 설득을 통해 취소시켜보겠다는 CJ의 감정이 틀어졌기에 장기전 소송도 예상할 수 있다.

일각에선 삼성가의 재산상속 소송이 전체로 번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명희 회장의 신세계 등 범삼성가가 상황에 따른 돌출 변수에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솔의 경우 “재산상속은 과거 20년 전에 끝난 일”이라는 입장이어서 재산분쟁 확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삼성가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해 보인다. 사업조직 개편과 신사업 창출 등 새로운 성장동력 무장으로 굳건한 삼성을 구축하려던 계획에 아무래도 좋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삼성물산 직원 개인의 행동이라면 몰라도 그룹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었다면 큰 문제"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성도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재벌정서 확산될까 전전긍긍=삼성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이맹희 씨의 소송도 소송이지만 이번 ‘미행’건으로 재벌, 특히 삼성에 대한 비판이 화두에 오를 수 있다는 경계심도 엿보인다.

총ㆍ대선의 해에 그렇잖아도 불길이 거세지고 있는 포퓰리즘과 맞물려 반기업정서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삼성가가 이슈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는 대기업 비판이 주로 삼성을 겨냥한 것은 사실 아니냐”며 “묘한 시기에 자꾸 의외의 일이 생겨 삼성이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에버랜드 지분 매각을 통해 15년간 유지했던 순환출자 구조를 깨면서 내심 후계경영 체제를 염두에 뒀던 삼성의 향후 시나리오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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