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생활로 몸과 마음이 병들더라고요. 매일 술먹고 싸움질 하고 그러니…. 그런데 이젠 아니야. 돌아갈 집이 생기고 주민등록도 복원됐어요. 이젠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희망이 생깁니다.”

28일 서울 용산구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에서 만난 김종덕(52ㆍ사진) 씨는 어느 샌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난 2007년부터 4년여 동안 거리에서 보낸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했다. 서울 일대 지하철역사를 전전하며 매일 거나하게 술에 취해 얇디 얇은 박스 하나에 몸을 맡기고 잠을 청하던 시간이었다. 하루 일과라고는 교회에 찾아가 구제비를 받고 무료 급식을 먹는 일이 전부였다.

잠잘 곳을 마련해준다는 사기꾼의 세치혀에 속아 주민등록증을 주고 명의를 빌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김씨의 이름으로 개통된 휴대폰 7대와 통장 7개, 400여만원이 넘는 휴대폰비를 포함한 수천만원의 빚이었다. 건강도 악화됐다. 젊은 시절 교통 사고로 발목을 다쳐 장애 5급 판정을 받기도 한 김씨. 노숙 생활로 발목 상태가 더욱 악화됐지만 제대로된 치료도 받지 못했고, 게다가 의도치 않은 빚까지 생겨 거리를 전전하며 도망다니는 신세까지 됐다. 그렇게 거리에서의 시간은 김씨의 심신을 지쳐가게 했다. 암흑과도 같은 하루하루였다.

하지만 2012년을 앞둔 김씨는 더 이상 한탄만 하지 않는다. “돈을 벌어 임대주택을 마련하겠다”는 희망도 품게 됐다. 희망의 씨앗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하고 서울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가 운영하는 임시주거비지원사업이었다.

다시서기 상담센터<br />김명섭 기자 msiron@\r\n다시서기 상담센터\r\n김명섭 기자 msiron@\r\n다시서기 상담센터\n김명섭 기자 msi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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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주거비지원사업은 노숙인에게 임시주거비를 지원해 주민등록을 복원하고, 국민기초보장 수급대상자 선정 및 장애인 등록 등 사회적 안전망으로의 진입을 지원하며 노숙을 탈피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공동모금회는 지난 2006년부터 이 사업을 지원해 왔다.

월 20만원씩 두달 간 주거비를 지원한다. 고시원, 쪽방촌 등 주거지 형태는 다양하다. ‘고작 두달’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고작 두달’의 지원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주거지가 명확해지니 주민등록 재발급이 가능해진다. 노숙자들은 김씨처럼 사기나 도난 등으로 주민등록증이 없거나 말소된 경우가 많다. 주민등록증이 생기니 일용직 노동 등 일거리를 찾아나설 수 있다. 주거지가 있으면 수급 신청도 할 수 있다. 김씨도 센터의 도움을 받아 수급자가 됐고 현재 40여만원의 수급을 받고 있다. 센터를 통해 올 한해 주거지원을 받은 노숙인은 90명에 달한다. 이들 중 김씨를 포함한 75명이 더이상 거리로 나가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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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그중에서도 모범생 케이스다. 수급을 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난 11월부터 용산지역자활센터에서 일도 시작했다. 지금은 ‘인큐베이터팀’에서 교육을 받으며 액세서리 조립 작업을 돕고 있다. 한달 급여는 70여만원 정도다. 교육이 끝나면 실질 업무를 담당하는 사업단으로 가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김씨는 청소팀으로 가길 원하고 있다.

문민수 서울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 사회복지사는 “임시주거비지원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이들이 거리 생활을 청산하고, 인생의 목표를 갖게 끔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을 앞둔 김씨는 설렘이 앞선다. “우리 팀에서 내년 반장선거를 했는데 내가 13명 중에 8명한테 지지를 받았어. 열심히 했더니 사람들이 인정을 해주더라고. 어제는 센터에서 종무식을 하고 사람들이랑 송년회를 하는데 얼마나 즐겁던지…이런 보람과 기쁨을 느껴보는 게 정말 오랜만이에요. 앞으로 정말 열심히 살거에요. 자리잡히면 그동안 못찾아 뵌 부모님도 만나러 가야지.”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