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황제의 통곡은 조국의 첫 우승으로 되돌아왔다. 유로 2016 결승전 전반 7분. 포르투갈의 캡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가 프랑스 디미트리 파예의 강한 태클에 왼무릎을 다쳐 쓰러졌다. ‘메이저 무관’의 호날두로선 생애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유로 무대. 붕대까지 감고 절뚝 거리면서 경기를 강행해 봤지만 통증을 참아낼 수 없었다. 결국 전반 22분. 호날두는 팔에 있는 주장 완장을 그라운드에 내던진 뒤 눈물을 흘리며 교체 사인을 보냈다. 들것에 실려나가며 호날두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통곡했다. 경기장 관중도, TV를 시청하던 축구팬들도 호날두 눈물의 의미를 알았다. 그때부터 분위기는 급변했다. 상대팀 영웅을그라운드 밖으로 내보낸 프랑스는 눈에 띄게 위축됐고 포르투갈은 하나로 단단하게 뭉쳤다. 그리고 마침내 새 역사가 새롭게 쓰였다.
포르투갈이 사상 첫 유로 2016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포르투갈은 11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 2016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4분 터진 에데르의 결승골에 힘입어 개최국 프랑스를 1-0으로 꺾고 우승트로피인 앙리 들로네컵을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은 2700만 유로(약 350억원). 포르투갈은 역대 월드컵과 유로 등 메이저대회를 통틀어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역대 메이저 최고성적은 자국에서 열린 유로 2004 준우승이었다.
반면 개최국 프랑스는 1984년과 2000년 이후 다시 한번 16년 만에 우승을 노렸지만 포르투갈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프랑스 그리즈만은 6골을 기록, 3골의 2위 그룹(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올리비에 지루, 디미트리 파예, 가레스 베일, 나니, 알바로 모라타)를 크게 따돌리고 생애 첫 유로 대회 득점왕의 영광을 차지했다.
전반 7분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생겼다. 호날두가 중앙선 부근에서 볼을 잡는 순간 파예의 강한 몸싸움에 넘어쳐 왼쪽 무릎 안쪽을 다쳤다. 통증이 심해 보였지만 호날두는 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출전을 강행했다. 절뚝거리며 플레이를 하던 호날두는 결국 경기를 포기했다. 스스로 교체 사인을 내고 들것에 실려나가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라커룸에서 치료를 받고 벤치로 돌아온 호날두는 격정적으로 동료를 응원했다.
그리즈만과 지루, 시소코의 날카로운 슈팅으로 포르투갈의 골문을 두드렸던 프랑스의 위세는 호날두가 교체 아웃되면서 다소 수그러들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양팀은 후반에도 득점없는 공방을 이어갔다. 포르투갈은 후반 13분 그리즈만의 왼발슛과 30분 지루의 결정적인 슈팅을 잘 막아냈다.
연장으로 접어든 승부에서 포르투갈은 기회를 맞았다. 후반 막판 교체 투입된 에데르가 연장 후반 4분 프랑스 골대 정면으로 몰고 가면서 강한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렸고 이것이 골대 왼쪽 구석에 꽂히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에데르는 “호날두가 연장전 직전 내가 결승골을 넣을 것이라고 얘기하며 힘과 자신감을 줬다. 그 에너지가 결승골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호날두에 감사를 표했다.
에데르의 결승골에 기쁨의 눈물을 보인 호날두는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만세를 부르며 그라운드에 그대로 누웠다. 유로 2004 준우승의 한, 메이저 무관의 한을 날린 세리머니였다. 호날두는 시상식에서도 아픈 다리를 절룩이며 계단을 올라 우승 트로피를 가장 먼저 들어 올리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호날두는 “지난 2004년 준우승 이후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렸다. 정말 행복하다”면서 부상으로 교체아웃된 데 대해 “오늘 나는 불운했다. 하지만 항상 목표를 향해 함께 해왔던 동료들을 믿었다. 그들은 프랑스를 충분히 물리칠 만큼 강했다”며 동료들에게 우승의 공을 돌렸다.
라이벌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도 해내지 못한 메이저 우승 꿈을 마침내 이룬 호날두는 지난해 메시에게 내준 2016 FIFA 발롱도르 수상도 사실상 예약했다.
anju1015@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