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스쿨폴리스 박종억 경사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은 충격적인 일이 아닙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아이들이 정말 많습니다. 문제는 정작 가해 학생들은 죄책감이 없다는 겁니다.”
경기지방경찰청 청소년지원전담경찰(스쿨폴리스)인 박종억(39) 경사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국내 최초 청소년지원전담경찰로 교육현장에 파견돼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등을 상담하고 선도하는 경찰관이다. 지난해 7월부터 경기 용인교육지원청에 배치돼 용인시내 170여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지원전담경찰이 배치된 지역은 전국에 수원, 용인, 구리ㆍ남양주시가 전부다.
▶“그냥 장난 친 건데 왜 뛰어내렸대요?”=박 경사는 지난 27일 헤럴드경제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폭력은 이미 학교 사회에서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며 “재미삼아 돈이나 옷을 뺏는 등 사소한 비행에서 시작해 어느샌가 학생들 사이에 만연해있다. 그렇다보니 죄의식이 없다. 나말고도 주변 친구들이 다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박 경사는 한가지 일화를 털어놨다. 담당 지역에서 학교 폭력을 이기지 못해 피해 학생이 투신 자살한 일이었다. 그는 “가해 학생과 이후 면담을 했다. 그 학생이 ‘난 그냥 장난을 친 것 뿐인데 왜 뛰어 내렸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학교 폭력은 어른들 생각 이상으로 만연해 있고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부모의 잘못된 태도ㆍ학교의 방관이 문제 더 키우고 있다=그는 학교 폭력 문제가 악화되는 이유 중 하나로 부모의 잘못된 태도를 꼽았다.
박 경사는 “학교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부모들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10건 중 8건 이상이다. 가해, 피해자 모두 마찬가지다. 교사의 말은 듣지 않고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학생 선도가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청소년업무를 맡기 전 오랜 시간 강력계 형사로 일했던 그는 “20대 범죄자들을 봐도 대부분 죄의식이 없다. 이유는 어려서부터 학교 폭력 등에 노출돼왔지만 그걸 제재해주는 장치가 없었다. 부모가 합의를 시키거나 손해배상을 해주어 정작 자신에겐 불이익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교사의 어쩔 수 없는 방관도 원인 중 하나라고 박 경사는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교사의 통제선에서 벗어나있다. 요즘 교육 현실 상 교사가 학생에게 반말도 못하고 때리지도 못한다. 가해 학생에게 존댓말을 쓰면서 선도를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교사들은 알아도 모른척 할 수 밖에 없다. 학교 폭력 문제 대처에 대한 실질적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 어떻게 손을 써야할지 모르기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전문상담사ㆍ스쿨폴리스 적극 배치해야=박 경사는 학교가 외부 전문인력에게 더 개방돼야 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력 범죄자를 베테랑 형사들이 맡아야하는 것처럼 학교 폭력 문제는 일반 상담사가 아닌 이 분야에 전문적 능력이 있는 상담사들이 담당해야 한다. 가해, 피해 학생들의 심리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폭력을 사전 예방 하기 위해서 교육기관이 경찰과 정보를 공유해야한다고 박 경사는 말했다. 그는 “현재는 경찰이 학교 내부의 문제에 간여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경찰의 도움을 요청하기 보단 우범 요소가 있을 때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학생들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박수진 기자@ssujin84>sjp10@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