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만남’이 되고 말았다.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동기간이 ‘인터넷 게임’이라는 독약 한 방울을 시작으로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돼버렸다.

무수히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가상의 공간, 그 안에 빠져사는 이들에겐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혼미해 게임 속 세상에서의 것을 현실로 가져오기도 한다. 살인, 사기에 이르는 극단적 장애부터 게임머니나 아이템에 대한 사소한 집착에 이르기까지 그 사례야 끝도 없다. 그 곳의 어린 학생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시작이 그랬다.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사이에 곰팡이꽃처럼 피어난 인터넷게임은 그들을 갉아먹기 시작하며 동기간의 폭행으로 커져갔다. 결국 한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길로 향하고 말았다. 지난 20일 같은 반 학생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의 중학생 A군 이야기다.

A군에게 올 한 해는 아무리 달려도 멈추지 않는 길 위의 삶이었다. 그 두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만남은 결국 악연이 되고 말았다.

A군과 가해 학생 B군은 사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다. 중학교에 올라와 올초 같은 반이 된 두 사람, 그들에게 먹구름이 드리웠던 것은 바로 그 무렵이었다.

두 사람이 가까이 지내게 된 것은 인터넷 게임 때문이었다. B군은 A군이 인터넷 게임을 잘한다는 것을 안 뒤 자신의 게임사이트 접속 ID 등을 알려주며 게임 캐릭터를 키워달라고 부탁했다. 학기가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A군은 B군의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했고, 그 때부터 두 사람은 A군의 집을 드나들며 함께 게임도 하고 라면도 끓여먹으며 여느 친구들처럼 지냈다. A군이 유서에 남긴 또다른 가해학생도 함께였다.

이 때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A군에게 악몽같은 날들이 찾아온 것은 B군의 인터넷 게임 캐릭터가 해킹을 당하면서부터다. B군은 자신의 게임캐릭터를 복구하라고 A군을 재촉했고, 용돈을 들여서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구입할 것을 강요했다.

B군의 강압적인 요구를 A군이 받아들이니 가해학생들은 그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다. 세 아이들의 관계는 이 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해학생들은 이제 A군을 노예처럼 부리기 시작했다. 교과서를 빼앗았고 숙제를 대신 하게 했다. 흡연을 강요하는가 하면 요즘 학생들이 즐겨 있는 고가의 겨울점퍼를 구입하도록 해 빼앗았다. 잔심부름은 말할 것도 없었으며 그 때부터 폭행도 수시로 자행했다. 그 폭행이 도를 넘어 물고문을 하겠다는 위협으로 커져갔고, 심지어 전깃줄을 목에 감은 뒤 과자부스러기를 먹도록 강요했다.

A군의 지옥같은 일년이었다.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었던 지옥같은 달리기를 A군은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멈춰 섰다. 20일 오전 어머니가 출근할 때 인사를 하고난 뒤였다. 그리고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를 남겨놓았다. A군은 유서를 통해 가해학생들이 저지른 그간의 일과 그들에 대한 원망을 비롯해 가족에 대한 사랑과 짧은 삶을 잇는 동안 자신을 사랑으로 대해준 이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까지 빼곡히 채워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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