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심각한 인사 후유증을 겪고 있다. 서울시 김상범 행정1부시장이 지난 21일 1급 공무원 6명 중 5명에게 ‘명퇴통보’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무원들이 “이제 어떻게 해야 정년까지 생존 할 수 있을까” 궁리하느라 일손을 놓고 있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시장이 바뀌면 1급 공무원 중 1~2명이 교체되는 일은 잦았다. 하지만 이번처럼 한꺼번에 1급 공무원 5명이 물러나는 일은 전례가 없었다는 게 공무원들의 얘기다.
한 4급 공무원은 “이번 대학살로 이제부터 새 시장이 올때마다 1급은 자동 명퇴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3~5급 공무원들은 이제부터 열심히 일해 승진하는 것 대신 표나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지내며 정년까지 버티는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박시장 임기까지인 2014년 6월까지 조용히 지내다 새시장이 오면 4년간 마지막 공무원 인생을 불사를 계획”이라며 “절대 남들보다 앞서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 일각에서는 “오시장 시절 지역색이 없었는데 이번 1급 대학살후 호남 인맥이 급부상하고 있다”며 “이번 인사의 배경에 고건시장 시절 인사부터 행정까지 전횡을 일삼던 호남 6인방이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서울시공무원 노동조합은 22일 성명을 내고 이번 인사를 비판했다. 임승룡 위원장은 “앞으로 4급 이상 공무원들이 정치권에 연줄을 대는 데 몰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퇴직을 통보받은 1급은 최항도 기획조정실장, 정순구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신면호 경제진흥본부장, 김효수 주택본부장, 이인근 도시안전본부장이다.
이들 중 정순구 사무처장을 제외한 4명이 22일 오전 박원순시장과 면담을 하면서 정순구 처장은 생존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잠시 나돌았으나 이날 오후 3시 30분에 정순구 처장도 박원순 시장과 면담을 하면서 헤프닝으로 끝났다.
박원순 시장은 이자리에서 부득이 이런 조치를 취하게 돼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퇴출되는 이들의 반응은 분노에서 체념까지 다양했다.
가장 반발이 심한 A씨는 “이런식으로 그냥은 안나갈 것”이라며 “주위에서 벌써 박시장의 눈과 귀를 막아 박 시장도 허수아비가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대학살 시나리오를 누가 썼는지 찾아내 분풀이라도 하고 나가야 겠다”고 했다.
B씨는 “서울시가 정치판이 돼 버렸다”며 “이제 공무원들이 일보다는 연줄잡기에 골몰하는 폐해가 드러날 것”이라고 안타까와 했다.
C씨는 “운, 로비,환경 등도 다 능력”이라며 “구차하게 더 있고 싶지 않다”며 인사과장을 불러 사표를 제출했다.
D씨는 “무슨 방법이 있겠냐”며 “단지 갑작스럽게 이야기해 무척 섭섭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효수 주택본부장은 2008년부터 3년 연속 기자가 뽑은 일잘하는 공무원으로 뽑혀 기자들도 아쉬워 했다. 그는 이명박 시장시절 인정받지 못하다 오세훈 시장시절 시프트 등에서 큰 성과를 냈다.
한편 후속인사에 대해서도 말이 무성하다. 29일 결정될 서울시 본부장급 인사에선 기획조정실장에 장정우 도시교통본부장, 주택본부장에 이건기 주택기획관, 도시안전본부장에 송득범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급으로 승진해 복지건강본부장을 계속 맡을 것으로 예상됐던 이정관 복지건강본부장은 관악부구청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본부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건기 기획관은 4년만에 3급에서 1급으로 승진하는 것이나 주위에선 축하보다는 2년 뒤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더 많았다.
<이진용 기자 @wjstjf> jycaf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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