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 들여다보기

“강남 화류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언니. 20살 때부터 룸살롱 뛰고 지방흡입, 성형수술해서 ‘텐프로’로 점프, 공사 쳐서(손님 돈 뜯어서) 외제차 몰고 골프 라운딩 다녀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의 ‘강남패치’ 계정을 통해 공개된 여성의 사진과 관련 글이다. 수십명에 달하는 유흥업소 종사자의 사진과 개인정보, 주변인 관계가 폭로됐다. 지금은 폐쇄됐지만 한때 관련 소식을 받는 ‘팔로워’ 수는 10만명을 넘었다. 논란이 이어지고 피해자 고소가 접수됐다. 서울 강남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했지만 무차별적으로 신상을 공개하는 ‘한남패치’, ‘성병패치’ 등 아류 패치들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12일 헤럴드경제는 논란이 된 ‘패치’들을 관찰하고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패치들은 한국사회의 여성혐오 분위기에 대한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출현했다. 이들은 온라인상 여성혐오적 문법과 언어를 남성들에게 그대로 되돌려줬다.

먼저 후발주자인 ‘한남패치’는 호스트바 등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남성을 대상으로 했다. 운영자 측은 “여자 등쳐먹는 놈들, 여자 돈 먹고 도망간 것들, 성적으로 문란한 놈들 제보환영, 쓰레기짓 하는 한국 남자 제보받는다”고 설명했다. 게시글과 댓글엔 ‘창녀’ 대신 ‘창남’이란 표현과 남성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단어가 줄을 이었다.

이후 이어진 패치에서도 남성에 대한 공격 성향은 높아졌다. ‘오메가패치’는 지하철, 버스 임산부 배려석에 ‘쩍벌남’으로 앉은 남성의 사진을 시간, 장소 등과 함께 게시했다.‘성병패치’에는 사진과 함께 성병 보균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재기패치’에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자살하라’는 비아냥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러한 패치들은 왜 출현하는 것일까. 익명을 요구한 한 페미니즘 연구자는 범람하는 패치들을 관찰, 분석한 뒤 이들에겐 나름의 사명감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테면 ‘한남패치’는 각종 데이트 폭력등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나쁜 남성을 걸러내기 위한 자기 방어 수단이라고 했다. ‘오메가패치’는 평소엔 남성성을 자랑하면서도 임산부 배려석에 앉는 한국 남성들의 이중성을 비판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각종 성병을 옮긴 ‘남성’의 신상을 사진, 직업 등과 함께 공개한 ‘성병패치’ 운영자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순간”이라고 했다. 이어 “여성들이 (해당 패치계정을 보고) 성병 걸린 남자를 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패치들에 문제는 없는 것일까. “훼손될 명예가 있다면 고발해라”는 도발적인 문구를 남긴 ‘강남패치’ 운영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성매매나 불법도박, 사기와 같은 악질 범죄를 일으킨 것이 아닌데 수사까지 당해야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법조계 전문가들은 범죄가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첨단범죄수사를 담당했던 김현수 변호사는 “특정인 신상이 공개되는 것은 개인에 대한 심각한 인격권 침해로 내용 자체가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범죄에 해당하며 사이트를 운영하고 폭로하는 글을 쓰는 사람은 형사처벌 대상이다”고 했다.

실제로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허위사실을 유포할 땐 명예훼손죄가 성립돼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다만 수사엔 착수하더라도 검거 여부는 미정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 출신 김상천 변호사는 “외국에 서버가 있는 경우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싶어도 영장을 집행할 수가 없다”며 “대부분 사법공조를 통해서 이뤄지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대상 회사가 응해주는지 미정이며 외국에선 명예훼손을 처벌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김진원ㆍ구민정ㆍ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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