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모순이 결국 곪아터져 나왔다.
토지 강제 수용에 항의하는 시위가 4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광둥(廣東)성 루펑(陸豊)시 우칸(烏坎)촌에 이어 20일 광둥 성 산터우(汕頭)에서도 5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발전소 건설에 따른 환경 오염에 항의했다.
최근 광둥 성의 농어촌 마을에서는 주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빈발하고 있다. 토지 몰수와 환경 파괴, 농민 인권과 관련한 것들이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가 화근이라며 중국의 농촌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가 됐다고 우려했다.
홍콩 밍바오에 따르면 20일 오전 산터우 차오양(潮陽)구 하이먼(海門)진에서 5만 명이 집결한 시위가 발생했다. 이들은 화넝(華能)에너지그룹의 발전소 확장 건설에 반대하며 항의에 나섰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경찰 저지선을 뚫고 하이먼 진 정부청사를 점거했다. 또 선산(深汕)고속도로에서 정좌시위를 벌이며 도로를 점령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와 무력 충돌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시위자 2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아직까지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어촌마을인 하이먼은 지난 2006년 화넝에너지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죽음의 마을로 변해갔다. 어획량이 급감하자 실업자가 증가했고, 발전소에서 흘러나온 유독성 물질 때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사망자가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화넝에너지는 2기 발전소 건설을 추진했다. 환경부는 환경심사 후 발전소 확장 중단을 명령했지만 회사는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현지 정부가 이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자 주민들이 집단 반발에 나선 것이다.
앞서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우칸 시위는 더 격화될 조짐이다. 지난주 마을 지도자인 쉐진보(薛錦波) 촌장이 공안에 구금돼 있던 중 심장발작으로 갑자기 사망하면서 시위가 격렬해지고 있다.
BBC,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AFP, NHK 등 외신 기자들이 현장에 몰려와 시위 현황을 보도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샨웨이(汕尾)당 서기 정옌슝은 19일 동영상 연설에서 “우칸촌 사태는 해결이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주민들이 외국 언론을 상대로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공안 당국은 아직 우칸 진입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 주민들도 마을 외곽에 바리케이드를 쌓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지만 유혈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일 중국 사회과학원이 발표한 ‘2012년 중국사회 정세 분석과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도시 인구가 처음으로 농촌 인구를 넘어섰다. 중국은 1978년 만 해도 도시 인구가 1억7000만명에 불과해 전체의 80%가 농촌 인구였다. 때문에 올해는 중국 도시화에 있어 이정표적인 의미를 갖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이뤄진 도시화는 많은 갈등을 쏟아내고 있다. 토지 수용 과정에서 부정부패가 양산되고, 토지를 잃은 농민은 도시에서 자녀교육, 의료, 주거, 사회복지 등에 대한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런민대 정치학과 장밍(張鳴) 교수는 “중국 정부가 해결책을 회피하면서 상처가 더 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한 농민 시위가 최근 광둥 성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전국 농촌에 유사한 갈등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에 도미노 시위가 우려된다고 그는 전망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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