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등판 시기가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도부 붕괴로 난파된 한나라당에 남은 카드는 박 전 대표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유력 대선주자’ , ‘선거의 여왕’ 같은 별칭은 당내 어떤 공식 직함보다 위에 있다. 일찌감치 지도부 교체를 촉구해 온 소장ㆍ쇄신파는 물론, 친박 진영 내부에서도 “더 이상 박근혜 등판을 미루기 어렵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박 전 대표는 침묵하고 있다. 주변 인사들을 통해 “당이 참 어렵다. 일단 지켜 보죠” 라는 말이전해졌을 뿐이다. “당분간 홍준표 체제를 유지해야한다는 뜻이냐”고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해봤지만 불발이었다. 침묵이 답이라면 당분간은 주변의 권유를 뿌리칠 공산이 더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는 왜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임에도 등판을 미루고 있는 것일까.
▶해결사 장담못해 =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당의 리모델링, 재건축 논의가 이제 막 불붙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유력 대선주자가 직접 나서 당 쇄신을 주도할 경우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정치 학살이란 오명을 쓸 수 있고, 이는 당내 결집을 통한 대선 총력전이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안철수태풍’이후 기정 정치인 모두가 구시대 인물로 평가절하된 상황에서 섣불리 나섰다가 박 전 대표 역시 쇄신의 대상으로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
박근혜 대세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요동치는 정치판은 박 전 대표도 평정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다. ‘최후의 병기’가 아니라 ‘계백’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년 대선을 마지막 기회”라고 선언한 박 전 대표로서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지금은 당의 위기를 계기로 ‘반(反)박근혜’ 진영이 기지개를 켜고있는 상황이다.
▶ 대선 상대도 모르는 데...= 박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링에 오르기 위한 전제조건 가운데 하나는 대선 상대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상대가 없는 가운데 미리 등판하는 것은 눈을 감고 전쟁판에 뛰어드는 격이라고 측근들은 지적했다.
친박계 한 중진의원은 8일 “디도스 사태 이후 박근혜 등판 불가피론이 커진 게 사실” 이라면서도 “아직 상대 진영의 윤곽도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등판하는 것이 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바람직한 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적어도 민주당의 통합작업과 각종 신당설이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될 때까지는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전 대표가 최근 흔들리는 홍준표 체제를 두 번이나 재신임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선대위 띄우면...= 그렇다고 박 전 대표가 당의 위기 상황을 마냥 강건너 불로 지켜보고만 있을 순 없다. 박 전 대표의 측근 중에는 ‘쇄신작업-홍준표, 선거정국-박근혜’ 를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는 견해가 많다. 당의 정지작업에 직접 개입하긴 어렵지만, 어차피 ‘총선에서 참패하면 대선도 물 건너간다’는 생각으로 선거정국의 초기 단계에 박 전 대표가 전면 등판할 것이란 얘기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이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 “당이 재창당 등으로 판이 달라지면 박 전 대표의 역할을 얼마든지 다시 설정할 수 있다” 면서 “당 대표는 아니겠지만 비대위원장이나 선대위원장을 맡는 형태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춘병 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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