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DDoS) 공격은 결국 따지고 보면 한나라당에 대한 공격이었다고 볼 수 있다. 디도스가 노린 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였지만 결국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한나라당이기 때문이다. 물론 수사가 더 진전돼봐야 알겠지만 공격한 측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스스로에게 칼을 들이댄 꼴이 됐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디도스 문제가 불거지자 한나라당 내에서 미묘한 기류가 탐지되기 때문이다. 우선 디도스 공격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다름 아닌 홍준표 대표다. 바로 초기 대응에 미숙했기 때문이다. 디도스 공격의 주범 중 한 명이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인 것이 밝혀졌음에도 남의 일 구경하듯이 했다. 물론 그런 심리상태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은 피하고 보자” 혹은 “잘못 사과했다간 괜히 엮이지는 않을까”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당의 리더, 그것도 여당의 리더라면 상황 판단을 빨리 했어야 했다. 이는 아직도 한나라당 지도부가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데 무감각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지난번 강용석 의원이 개그맨 최효종 씨를 고소했을 때 많은 국민은 ‘한나라당스럽다’라는 생각을 했다. 강 의원이 지금은 무소속이지만 한나라당 소속이었고, 뿐만 아니라 과거 한나라당의 행태와 연결 지어 그렇게 생각했다고 볼 수 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당시 억울했을 수 있지만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어야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적극 해명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가 직접 연루됐기에 더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의원들의 감독을 철저하게 하겠다고 했어야 했는데, 초기에는 전혀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이제야 움직이지만 이미 여론은 한나라당을 떠난 이후다. 그래서 홍 대표의 위기관리능력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홍 대표 책임론’은 또 하나의 당내 정치가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경찰 수사가 배후까지 밝혀줄 것을 기대하지만(?) 실체적 진실과는 별개로 한나라당 내에서는 서로 상대 계파가 배후세력이라고 의심하고 소문 내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기 계파 내에서도 상대를 배후세력이라고 의심할 수 있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이번 사건의 배후로 누가 지목되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이후에 일어날지 모르는 정계개편에서 나름의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은 의미심장할 수 있다. 그렇게도 복당을 원했던 미래희망연대에 여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던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제의한 것을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박 전 대표의 말처럼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보수 표의 분산을 막아보자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어날지 모를 한나라당의 빅뱅에 대비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정말 큰 사건임은 분명하지만 정치공학적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