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이후 재정악화에 허덕이는 일본 정부가 마침내 ‘부자 증세’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는 소비세 증세에 따른 저소득층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 국가들과 미국 등은 이미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거두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에 있어 부자증세가 아시아쪽까지 파급되는 양상이다.
2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총리 자문기구인 세제조사회는 소비세(부가가치세) 증세에 맞춰 수입과 자산이 많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소득세와 상속세 인상을 검토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까지 현행 5%인 소비세율을 10%까지 올릴 방침이다. 우선 2013년 7~8%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세 인상은 저소득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문제가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불공평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부유층의 소득세와 상속세를 올리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일본의 소득세는 소득 구간에 따라 최고 세율이 40%로 연간 과세소득(각종 공제제외) 1800만엔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연간 소득이 1억엔이 넘는 사람도 최고세율은 동일하다.
이에 따라 세제조사회는 고소득자의 소득 구간을 세분해 수입이 많을수록 세율을 높여 이를 연말에 내놓을 ‘사회보장과 세제의 일체개혁안’에 포함할 방침이다.
상속세 역시 최고세율을 현재의 50%에서 55%로 높이고, 기초공제액을 40% 정도 줄이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저소득층 대책으로 생활보호가구의 경우 생활보호비와 별도로 주요 생필품 구입시 부담한 소비세 증세분을 환급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본은 일본대지진 복구 재원 확보를 위해 이미 2013년 1월부터 소득세에 대한 임시증세를 실시하게 돼 있어 소득세를 추가로 올릴 경우 부유층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주요대학 경제학자 대다수는 부자 증세가 재정적자를 대폭 줄이는데는 큰 효과가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대학의 부스 경영대학원이 미국 상위 대학의 경제학자 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경제학자 중 93%는 현재 35%인 최고 소득세율을 1% 포인트 올리면 앞으로 10년 동안 세수가 늘어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부유층에 대한 세율 인상이 향후 10년동안 연방 정부의 재정 적자를 감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답한 경제학자는 2%에 불과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경제학자는 68%였다. 나머지 30%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세수 증가 속도가 재정 지출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느리면 부자 증세가 재정 적자 감소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대부분은 조세 정책과 관련해 개인과 법인에 대한 세금 공제를 축소하고 세율을 낮추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