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은 10일만에 끝이났다.
눈에 띄게 수척해졌다. 얼굴에는 어느새 거뭇한 콧수염이 자리잡았다.
“한미 FTA를 정상적으로 합의처리하도록 마지막까지 단식하겠다”며 홀로 장기전을 준비했던 정태근 의원은 22일 한미자유무역협정(FTA)국회 비준동의안에 기권표를 던진 후 홀연히 몸을 감췄다. 당시 그는 “우리의 노력이 최선이었나 깊이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단식 첫 날인 지난 13일, 정 의원의 단식농성장은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 한 구석에 마련됐다. 두 평 남짓한 공간에는 예상외의 평화로움이 일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회관을 오가는 의원들은 정 의원 곁에서 그의 말동무가 되었다. 정 의원에게 다가가는 표정들에는 미안함이 묻어났다. 한미 FTA를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치상황과 대조되는 정치적 비무장지대(DMZ)가 바로 그 곳이었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쇄신파다. “(한나라당은) 신뢰받는 보수세력이 돼야한다”며 수 많은 눈총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날을 세우며 마이웨이(my way)를 걸었다. 지난 4년간 그는 줄곧 “청와대에 NO 할 수 있는 한나라당, 신뢰받는 보수세력이 돼야한다”는 신념을 지켜왔다. 정 의원의 한 측근은 “정 의원은 4년 동안 계속 외롭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더군다나 정 의원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대표적인 MB맨.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국회 입성 첫 해부터 MB노믹스의 핵심인 747공약의 수정을 촉구했던 그는 지난 10ㆍ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에도 당내 25인 쇄신파의 선봉에서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쇄신서한’을 전했다.
‘목숨’을 담보로 한미 FTA 합의처리를 주장한 배경에는 의회정치를 되살리기 위한 소신이 담겨있다. 그에게 의회정치의 실현은 곧 국회의 존폐와 직결된 문제였다.
정 의원은 2008년 당시 한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제대로 된 의회정치를 복원하지 못하거나, 청와대와의 관계에 대해 부단히 고민하지 않으면 생명력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단식을 시작하면도 “국민이 정치를 불신하는 것은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통한 의회주의를 구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단식중 두통과 탈진에 시달리면서도 국회 상임위, 예결위 회의에 모두 출석했다. 열흘 간의 단식을 마친 정 의원은 지역의 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동료의원은 “(FTA) 결과를 떠나서 정 의원의 진정성은 모두가 공감한다”며 “열정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손미정 기자 @monacca> balme@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