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내수경기 침체 여파
2012년 비상경영 냉기류
생명·화재등 최대 1500명
희망퇴직자 접수 시작
금호 등 건설업계도 한파
신입·고참할것없이 가시방석
연말 칼바람이 분다. 추위 때문만은 아니다.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불어닥치는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바람에 직장인들의 체감온도가 확 떨어지고 있다. 내년까지 경기가 안 좋다니 고참 직원과 임원들은 좌불안석이다.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시작됐다. 삼성 금융계열사와 건설업계가 시발탄이다. 삼성카드는 지난 16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삼성생명은 21일부터 25일까지, 삼성화재는 23일부터 신청자를 받는다.
금융계열사의 희망퇴직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젊은 인재론’에 기초한 새 도약 비전을 앞세워 ‘수술’을 단행했다.
하지만 올해 금융계열사의 희망퇴직 숫자는 지난해보다 대폭 늘 것으로 보여 눈길을 끈다. 최대 1500여명에 육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에는 목표 인원 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는 데다 조건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대규모 인력감축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울한 관측까지 나온다.
삼성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 관계자는 “매년 상시적으로 하는 희망퇴직을 올해 역시 실시하는 것이며,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개선하고 신규채용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글로벌ㆍ내수 경기 위축과 불황 탓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건설업계는 더 휑한 바람이 분다. “모 업체는 내년 매출 급감에 대비해 15% 감원이 불가피하다더라”는 얘기도 들린다.
당장 금호건설이 21일부터 희망퇴직자 신청을 받고 있다. 근속연수 1년 이상 정직원 등 모든 직원이 대상이다. 근속연수에 따라 퇴직위로금을 지급하는데, 정확한 액수는 신청자를 받은 뒤 산정키로 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그룹 차원은 아니고 자체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희망퇴직은 인력 효율성 제고 측면이 크기에 연말 인사적체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한항공은 이미 지난 13일 100여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2006년 이후 5년 만이다. 만 40세 이상 근속 15년 이상 사원이 대상으로, 전체 직원의 0.6% 규모다.
아직까지 삼성 금융계열사나 건설업계 등의 냉기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은 약해 보인다. 실적부진으로 끊임없이 구조조정설을 달고 다니는 LG전자를 비롯한 LG 계열사는 사업부별 인력재배치 정도로 조율되는 듯하다. 다만 LG전자는 브라질 현지공장 인력 200여명을 감원하는 등 해외 공장 인력 및 주재원 대상의 구조조정과 인력 조정은 끝냈다.
조선ㆍ중공업ㆍ철강업계 역시 인위적 구조조정 분위기는 없지만, 한진해운에서는 최근 보직을 못 받은 임원 9명이 퇴사했다. SK, 한화, 코오롱 등도 희망퇴직 예정은 없으며, SK텔레콤이나 KT 등 통신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와 맞물려 ‘2012년 비상경영’을 준비하고 있는 재계에 안전지대는 있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경우에 따라 수시 희망퇴직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LED 흡수합병 흐름은 재계 전체적으로 사업 조직개편 바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4대그룹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기업이 코너에 몰릴 때, 새 도약을 할 때 쓰는 경영개선 전략이지만 내년 경영이 워낙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며 “초조한 연말을 보내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김영상ㆍ김양규ㆍ김상수ㆍ백웅기 기자 ysk@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