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손학규대표 일단 만나긴 하는데…
민주 지도부 강경입장 고수땐
靑 강행처리 빌미될까 우려
협상파 ‘압박’도 부담
“대통령까지 방문해 설명했으니 할 만큼 다했다. 이제는 단독으로라도 처리하자.”(한나라당 강경파)
“대통령 방문이 강행 처리의 빌미가 돼서는 안 된다. 하나도 변한 게 없다.”(민주당 강경파)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 지도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 회동에 참석하기로 결정해 여ㆍ야ㆍ정이 한 테이블에 앉았지만 한ㆍ미 FTA 국회 비준 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입장차는 여전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방문이 여야 간 접점을 찾는 데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반면 한ㆍ미 FTA 비준안 합의 처리를 요구하는 여야 협상파들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5일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통령의 국회 여야 지도부 방문 회동에 참석하는 것으로 결정내렸다. 하지만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오전까지도 회동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김진표 원내 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야당을 압박하고 일방적 강행 처리의 명분쌓기용으로 이용될까 걱정한 게 사실이었다”며 “그래도 이 대통령을 만나 국민의 한ㆍ미 FTA에 대한 절절한 우려를 제대로 전달하겠다”고 말해 고민의 깊이를 전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회동에 응한 이유는 대통령 만남 자체를 거부할 경우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 또 지도부의 강경한 입장이 오히려 청와대에 강행 처리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야권 통합 문제로 함께 비준안 처리를 막고 있는 민주노동당도 눈에 밟힌다. 결국 민주당 입장에선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할 때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했다는 분위기다.
‘할 만큼 했다’는 분위기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강경파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 내 강경파들은 이번 대통령의 방문에도 민주당이 고자세로 나올 경우 강행 처리할 수 있는 찬스를 얻는 셈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청와대 내에서도 대통령이 이번 FTA를 두고 국회를 방문하는 전례가 없었다며 민주당의 결단만 남았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협상의 끈을 마지막까지 놓아선 안 된다는 여야 협상파 의원들 또한 만만찮다. 이들에게 더 노력할 게 없다는 청와대와 여야 강강파들의 태도는 강행 처리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청와대와 정부가 설득을 위해 더 노력하고, 야당도 무조건 반대를 철회하고 대화에 응할 것을 끝까지 요구하고 있다. 여당의 국회바로세우기모임 소속인 홍정욱 의원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의료 개혁을 위해 100여차례나 의원을 만났다”며 “이 대통령도 상징적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실질적으로 의회와 만남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과 뜻을 같이하는 민주당 소속의 김성곤 의원도 108배로 정부와 양당의 변화를 촉구하며 야당 내에서 협상파들을 규합하고 있다.
김 의원은 “폭력 추방을 위해서 여야 간 별도 창구를 공식적으로 구성해 몸싸움 방지법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bohe@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