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3>열망을 품은 도전 (26)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물은 흘러서 바다로 가고 새는 날아서 하늘로 간다. 사람의 마음도 물과 같고 때론 새와 같다. 그러니 사람의 마음도 때론 흘러가고 혹은 날아서 간다.
얼핏 들으면 국어시간에 삼단논법을 공부하는 것 같지만 실은 우리 인생의 한 단면을 이야기 하는 중이다. 아무리 사랑이 깊은 사이였더라도 남자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 고무신 거꾸로 신은 여자를 보게 될 때… 우리는 슬픈 인생을 논하게 되더라는 말이다.
“정말이야? 소가 병든 닭 바라보듯 한다고?”
“그렇다니까요? 회장님.”
“누가 소고 누가 병든 닭이야?”
“한솜 양이 소지요. 한승우 실장이 병든 닭이고요.”
“참 모를 일이네. 언제부터 그런 현상이 생겨났어요?”
“족히 사흘은 되지 않았을까요?”
“그것 참 해괴한 일이네… 어쨌든 내가 합류할 때까지 조 차장이 애 좀 써줘요. 찰떡같이 붙어서 감시하라고. 3분 이상 틈을 주면 안돼요.”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 어제부터 변비가 생겨서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이 좀 길어진 것 외에는 철저히 감시하고 있습니다.”
“안 돼요. 아무리 변비가 심해도 3분 이내에 잘라야지. 조금만 더 참아 봐요. 여기도 골프시즌이 끝나서 다음 주엔 그리로 합류하게 될 테니까.”
“회장님… 변비가 심해서요, 도저히 3분 안에는…”
“글쎄 제한 시간 3분이라니까!”
신희영과 조 차장 간에 수시로 이런 핫 라인이 연결되곤 했지만, 사실 유한솜의 마음은 쿨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왕 회장의 특명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조 차장의 간섭에 무력하게 쪼그라들고 마는 한승우의 태도가 싫어졌기 때문이었다.
‘참아야 하느니라!’
처음 하루, 이틀 동안은 그렇게 참아가며 애꿎은 허벅지만 꼬집곤 했다. 참는 자에게 낙이 있으려니 하고 애써 한승우를 외면하는 척이라도 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한승우의 태도는 날이 갈수록 가관이었다. 그 역시 샐러리맨의 속성을 물씬 지니고 있기 때문일까? 천리 밖에 떨어져 있는 신희영이 두려워서 일까? 그녀의 전화 명령을 하사받은 조 차장이 이래라! 하면 그는 이렇게 했고, 저래라! 하면 그는 군말 없이 저렇게 하곤 했으니…
“저런… 등신!”
그랬다. 유한솜의 눈에 비쳐지는 한승우는 영락없는 등신이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는데, 그는 지렁이보다도 못한 무골호인이었다.
“오빠, 지금 밖으로 튀어요. 오늘 밤에 따로 자요, 우리.”
변비가 심해진 조 차장이 화장실에 들어있는 틈을 타서 그녀가 한승우의 손을 잡아끌었을 때에도 그는 멈칫거리기만 할 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중에 회장님께 뭐라고 하지?”
“오빠! 나중에 걱정할 일을 왜 벌써 걱정하고 그래요? 어서 옷 챙겨 입어요. 모나코로 튀자니까요?”
유한솜은 애초부터 몬테카를로 시내에 여장을 풀고 싶어 했다. 몬테카를로 시내에는 달리는 머신을 가장 가깝게 내려다 볼 수 있도록 도로 주변에 꾸며놓은 호텔들이 많았다. 그 호텔 방에서 그녀는 한승우와 와인을 들이키며 테라스 밑으로 내달리는 오빠 유호성의 머신을 내려다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는 묵묵부답이었으니… 등신이 따로 없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