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두고 여ㆍ야가 극한 대치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각 당이 손익계산서를 따지는데 분주하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유럽연합(EU)의 2차 지원안을 국민투표에 붙여 국가를 건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국익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표계산‘만 하고 있다는 비판에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정치공학적으로만 보면 우선 최대 수혜자는 민주노동당이다. 민노당은 FTA 대치상황 속에서 야권단일화 카드를 활용해 제 1야당인 민주당을 우군(友軍)화 하는데 성공했다.
여야 원내대표간에 FTA 비준 합의문이 나오자 민노당은 “작은 차이와 갈등을 극복하며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단합된 야권연대의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후 합의문이 백지화되고 민주당이 외교통상위원회 회의실을 점거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민노당은 큰 힘들이지 않고 반대파의 중심세력으로 자리잡았다. 일관적으로 전면적인 재재협상을 주장하면서 ’FTA 반대파’로서 여론의 주목도 한몸에 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미 FTA 강행처리와 여야간 대화 사이를 오가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 후 냉랭한 민심을 뼈저리게 느낀 한나라당 입장에서 강행처리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집권여당으로서 지지부진한 한미 FTA 비준 처리를 대화만 기다리며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다행히 민심 누수(漏水)의 일등공신이었던 국회 내 물리적 충돌은 피했다. 우선은 급한 불은 껐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처리과정에서 회의실 점거, 회의 무산 등이 이어지면서 집권여당으로서 책임감에서는 손실이 컸다는 계산이다.
가장 손해를 본 것은 민주당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10+2 재재협상안으로 여당과의 한미 FTA 협상테이블을 이어왔다. 하지만 기존 10+2 재재협상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폐기만을 남겨두고 흐지부지되면서 여당에 맞선 교섭자로서의 역할마저도 위태로워졌다.
‘반대를 위한 반대’,‘말 바꾸기 정당’이라는 비난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여론은 ISD 열린우리당 시절 노무현 전 정권에서 체결한 조항에 대해 이제와서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는 민주당에 대해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ISD는 유보하고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한다는 여야 원내대표간의 합의도 민주당 당 내부의 반대와 야권의 압박에 무산됐다.
밤새 회의실을 점거하며 한나라당을 도발하려는 시도도 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민주당 입장에서는 반대를 위한 몸싸움에만 노출되면서 당의 이미지 타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 관계자는 “열심히 반대해도 결국에는 민노당의 존재감만 더욱 부각시키는 꼴이 돼버렸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손미정 기자@monacca> balme@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