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프랑스가 재정 위기에 처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을 지원하기 위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가용 재원을 2조 유로로 늘리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존은 23일 열릴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역내 위기 해법을 도출하도록 압박받고 있는 실정이다. EFSF가 지금보다 4배 이상 규모로 확대된다면 유로존 재정위기를 진화하는데 결정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시장은 내다봤다.
▶ EFSF 4배 확대...당사국 논평회피= 영국 신문 가디언은 19일 독일과 프랑스가 EFSF 가용 재원을 현재 4400억유로에서 2조유로(약 3150조원)로 4배 이상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EU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은 방안이 EU 정상회담에 제출될 ‘포괄적 해결책’의 일부라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18일 EU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독일과 프랑스가 EFSF 증액 규모를 계속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EFSF 증액이 유로존 재정 위기의 포괄적인 해결책 중 하나라는 점도 확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EU 정상회담에서 결단이 내려지지 않으면 유럽의 결속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 차례 정상회담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없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입장과 상반되는 발언이다.
그러나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가디언 보도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가디언의 보도가 ‘너무 앞서간다’는 회의론도 제기됐다.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미 국채 거래 책임자 제이슨 로건도 블룸버그통신에 “유로존 사태에 대해 여러 얘기가 오락가락해온 점”을 상기시켰다. 렉스닷컴의 브라이언 돌란 수석 전략가도 로이터통신에 “가디언 보도가 사실이라면 시장이 반길 것”이라면서도 “유로존 문제에 관한 그간 보도가 바로 다음날 실망스럽게 끝나는 것을 자주 봤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EFSF증액시 프랑스 등급 강등 가능성 커져= 시장에서는 EFSF가 대폭 증액될 경우 독일과 함께 분담금이 가장 많이 떠안아야하는 프랑스의 AAA 등급이 강등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여건 탓에 논의 중인 EFSF 증액안이 현실적인 벽에 부딪힐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프랑스의 부채구조가 악화돼 재정건전성이 약화됐다”면서 AAA인 프랑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앞으로 3개월 안에 ‘부정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의 차입 부담은 계속 상승해 10년 만기 국채와 독일 국채간 스프레드(수익률 차이)가 기록적인 112베이시스포인트(1bp=0.01%)까지 벌어졌다. 스프레드는 지난 4월만해도 29bp에 불과했다. 그만큼 시장에서 보는 프랑스 국채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설과 관련해 프랑수아 바루앵 프랑스 재무장관은 프랑스2 TV에 “AAA인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18일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프랑스가 최고 등급을 상실할 경우 독일까지 압박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