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같았던 리비아의 독재정권이 힘없이 무너졌다. 리비아 반정부군을 이끌어온 수장은 22일(현지시각) 42년동안 철권통치를 해온 무아마르 카다피 시대의 종언을 고했다. 지난 1월 튀니지에서 ’재스민혁명’이 성공한 이후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을 뒤덮었던 민주화 시위는 리비아에서 또다른 방점을 찍었다.
6개월동안 이어진 리비아 내전은 리비아 정부와 반군, 외교ㆍ군사 지원에 나선 국제사회 등의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렸던 전장. 포린 폴리시 등 외신은 반정부군의 승리로 막을 내린 리비아 내전에서 희비가 엇갈린 승자와 패자들을 분석했다.
▶힘실린 시민혁명...사르코지 최대수혜자= 리비아 내전의 최대 승자는 시민들. 42년동안 카다피 일가가 일삼던 부정축재와 독재정치에서 민주화 시위를 통해 자유를 얻어 벗어났다. 카다피 정권의 몰락으로 ’재스민 혁명’도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올초부터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쓸었던 민주화 시위는 각국의 강경 진압 앞에 기세가 꺾였지만, 카다피의 몰락은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사개입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끌었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수혜자로 꼽힌다. 카다피의 몰락에 큰 역할을 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3개국. 하지만 리비아 내전 종식과 관련해 사르코지 대통령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국제사회가 리비아 사태 초기 서방이 개입하기를 주저할 때부터 사르코지는 발빠른 대처로 군사개입을 주도했다. 리비아 사태가 시작되자 가장 먼저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촉구한데 이어, 유엔이 군사개입할 수 있도록 나토의 대(對) 리비아 상공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길을 열어놓은 것도 사르코지였다.
프랑스의 개입은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 속에 재편되는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한편 북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복원하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리비아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는 반군 측으로부터 석유개발권을 보장받는 등 짭짤한 성과를 올렸다.
▶독재정권 역사의 패자= 카다피 정권의 종말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포진한 독재정권에 위기감을 주고 있다. 리비아 내전에서 패자로 몰락한 카다피는 현재 소재가 불분명하다. 카다피의 신병에 대해 여러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비극적 말로를 맞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자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도 궁지에 몰렸다. 30년간 집권한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승계해 11년째 독재를 하고 있는 아사드 대통령은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시위를 탱크로 짓밟고 있다.
아사드 대통령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퇴진 요구를 일축한 데 대해 시민들은 “카다피도 물러났다. 아사드, 이제 당신 차례”라고 외치며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했다.
33년째 장기 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도 권력이양요구에 직면해있다. 이들 나라에서 혁명 성공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 그러나 리비아 사태가 정권에 충성을 다하는 친위대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도 카다피가 퇴진했다는 점이 시리아와 예멘 시위대에 강한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국제사회의 무력 개입 없이도 시리아와 예멘 사태도 얼마든지 급반전될 수 있다는 것이 중동 전문가들의 견해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