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시작된 폭동이 전국적으로 번지면서 영국이 최악의 폭동 사태에 휘말렸다. 나흘째 계속된 시위로 첫 사망자가 나오고 집단 약탈이 자행되자, 영국 정부도 강경 대응 방침을 세웠다. 영국 정부는 9일(이하 현지시각) 경찰 1만6000여 명을 런던 시내에 집중 배치하고, 장갑차도 동원하는 등 치안 유지에 나섰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9일 휴가를 중단하고 이탈리아에서 급히 귀국해 비상각료회의를 주재했다. 영국 정부는 11일 임시 의회를 소집할 계획이다.
▶첫 사망자 발생...지방으로 폭동 확산=6일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시작된 폭동은 9일 런던에서 160~280㎞가량 떨어진 제2도시인 버밍엄, 항구도시 리버풀, 브리스틀 등 전역으로 확산됐다.
BBC 등 현지언론은 각지에서 10대후반과 20대 청년들이 수십명씩 몰려다니며 경찰차량을 파손하고, 공공기물에 불을 지르는가 하면, 번화가의 대형상점에 난입해 물건을 약탈하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첫번째 사망자도 나왔다. 런던 시내 남부 크로이던에서 9일 26세 남성이 머리에 총상을 입어 숨졌다. 희생자는 차 안에서 폭동을 보고 있다가 피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밤에는 한국 여행객 2명이 런던 도심 하이드파크 인근 지하철역 부근에서 복면을 쓴 청년들에게 휴대전화, 태블릿PC 등 2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뺏겼다.
정부도 강경대응에 나섰다. 9일 밤 런던경찰청은 경찰 1만6000여명을 시내 지하철역과 상가 등에 집중 배치하고 불심검문을 벌여 젊은이들이 모이는 것을 원천 차단했다. 런던과 런던 인근 지역의 폭동이 주춤한 것과는 달리 잉글랜드 중북부 지방에서는 산발적인 차량 방화와 상점 약탈 등의 폭동이 일어났다. 경찰당국은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플라스틱 탄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밝혀 무력진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캐머런 총리도 9일 오전 비상각료회의를 열어 “영국을 법이 지켜지는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면서 “11일 임시 의회를 소집해 폭력 사태를 논의하고 성명을 내겠다”고 밝혔다.
▶폭동원인은 청년실업과 빈부격차 =이번 폭동은 부유한 선진국인 영국 사회의 이면을 드러냈다. 외신들은 폭동의 주요 원인으로 경기침체로 인한 청년실업과 빈부격차 등 사회적 분열상을 꼽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청년들의 좌절과 분노가 폭동의 배경에 짙게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소득 격차 심화와 실업 증가에 따른 좌절감이 무차별적 폭력으로 분출됐다는 얘기다. 영국의 16~24세 실업률은 4월 현재 20.3%.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점점 악화되는 추세다. 폭동이 일어난 지역이 학력이 낮은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곳이라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집권 보수당이 펴고 있는 재정 긴축도 또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긴축으로 실업수당 청구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청소년 직업 교육 프로그램 예산도 대폭 삭감됨에 따라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폭동은 지난 4일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마크 더건(29ㆍ남)의 친구와 친척등 120여명이 6일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경찰서로 행진한 것을 계기로 불거졌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