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날개에 숨긴 칼 (47)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인간의 욕심은 똑같다.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부귀와 영화, 권세를 누리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동일하다. 그러나… 겉으로 보았을 경우에 그렇다는 말이다. 조금만 깊이 연구해보면 인간의 욕심은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유민 회장처럼 돈과 명예를 함께 지니고 있는 사람과 현성애처럼 쥐뿔도 없는 사람과는 욕심의 질량 또한 천차만별로 다를 것이 뻔하다.
“내 소원은요… 아드님에게 최고 수준의 수퍼카를 한 대 사주시라는 거예요. 5대륙 관통 랠리에서 입상하려면 성능 좋은 자동차가 필수라고요.”
“그건 내 아들 녀석의 소원일 테고… 자네 소원을 말하라니까?”
“저는 수퍼카를 모는 아드님의 미캐닉이 되는 것으로 만족해요.”
“미캐닉이 뭐라고 했지?”
“아드님이 모는 수퍼차의 튜닝과 차량점검, 조정, 수리 등을 담당하는 정비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말예요.”
돈과 명예를 함께 움켜쥔 유민 회장의 진정한 욕망은 무엇일까? 말할 것도 없이 젊음, 그리고 사랑일 것이다. 툭 터놓고 말하자면 순음지기! 아무런 절차 없이 젊고 아름다운 여자와 마음 편히 섹스하며 즐기는 것일 뿐이다. 현성애는 유민 회장의 그런 욕망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특별한 조건 없이 몸 친구가 되어주면 마냥 좋아하는 꼴은 늙은 재벌일수록 오히려 더했다. 재벌인들 뭐하나? 회장인들 뭐하나? 어느새 몸이 늙었으니… 젊은 여자의 손길만 닿아도 본능적으로 맥을 못 추는 한심한 수컷에 불과한 것을.
“오케이, 내 아들 녀석의 미캐닉으론 현 양이 제격이지. 걱정 말아요. 랠리에 참가할 경주차도 현 양이 고르고, 정비도 현 양이 맡아서 해주세요.”
늙은 수컷의 단순한 기질 탓일까? 혹은 눈앞에 드러난 그녀의 탐스러운 젖가슴에 넋이 빠졌기 때문일까? 현성애가 요구조건을 내거는 대로 유민 회장은 오케이를 연발했다. 이를테면 욕망의 달성을 위해 무조건 소원을 접수하는 셈이었다.
“약속하신 거예요! 회장님.”
“그럼, 남아일언 중천금이지.”
어찌 보면 유민 회장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지도 몰랐다. 오늘 밤 같아서는 현성애가 자동차를 사달라고 해도 선뜻 사줄 판이었다. 명품 핸드백 정도라면 서너 개라도 선물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기껏 소원을 말한다는 것이 아들의 정비사로 써달라고? 예쁘기도 하지, 정비사인지 미캐닉인지는 어차피 고용해야할 입장이었으니 오히려 잘된 셈이다. 하룻밤일지언정 상열지사의 대가는 충분히 치르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싫단다. 젊고 탱탱한 것이 욕심마저 없으니 그 아니 귀여운가.
여전히 착암기로 바위 뚫는 자세였으므로 유민 회장은 아래를 굽어보며 대답했고, 현성애는 거의 물구나무 선 자세로 물었다. 서로가 묻고 대답했지만 서로가 절정을 향해 치닫는 중이라 이를 악문 상태였다. 남이 보면 원한 맺힌 사이로 착각할 정도였다.
“아, 좋다. 좋아서 미치겠구나.”
가쁜 숨결이 오가는 중에도 별빛은 선루프를 통해 자동차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하낫 둘, 하낫 둘! 유민 회장이 착암기를 가동하는 동안 현성애는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간혹 몸서리를 치곤했다. 그녀의 좁은 비너스는 탄력이 넘쳐나고 있었다. 유민 회장이 목에 핏줄을 세우며 거칠고 격하게 움직였기 때문에 그녀의 머리는 점점 시트 아래로 미끄러져서 아예 절구 공이처럼 바닥을 찧고 있었다.
“아으, 아으!”
다시 말하지만 인간은 똑같다.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재벌이나 가난뱅이, 남자든 여자든 누구를 불문하고 옷을 벗은 상태에선 똑같다는 말이다. 지겟작대기가 팽팽할수록 ‘으으, 아아!’ 외마디로 물어보고, 하반신이 뜨거워질수록 무아지경에서 ‘오오, 예예!’ 신음처럼 대답할 뿐이었다. 학벌도 필요 없고 계급도 필요 없었다. 절정에 가까워질수록 입을 딱 벌리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뿐이었다. 오로지 체력만이 간절했다. 아! 아! 마침내 터지는가… 유민 회장이 턱을 위로 쳐들면서 거대한 신음을 내뱉자 그녀는 입을 따악 벌렸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