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사회 부정부패 만연
호통·버럭정치론 해결 한계
소통자체 가로막아선 안돼
시스템·기강 확립이 우선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여야는 끝도 없는 싸움으로 허송세월하고, 당과 정은 엇박자만 그리고 있다. 학교와 학생은 반값 등록금으로 다투고, 검과 경은 수사권 문제로 시끄럽다. 시장에선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이 제 밥 챙기기 육탄전이다. ‘나 아니면 모두 적’들이다. 제 몫 찾기에만 혈안이다. 그러는 사이에 애꿎은 국민들만 골병이 든다. 발단은 아무래도 ‘정치 부재’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법과 통치 기강이 땅에 떨어졌다. 누구든 무리 지어 목소리를 높이면, 최소한 꿩 대신 닭이라도 챙길 수 있다는 믿음이 지배하고 있다. 그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 같다. 최근 관료사회를 보면 안타까움 자체다. 말단 공직사회가 그다지 맑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최근 일련의 폭로전은 공직사회 전체를 마치 범죄소굴인 양 매도하고 있다. 부패 척결이라는 이름으로 난도질당하고 있다. 서민들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그러는 것이라고 위정자들은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업과 국민들이 그 유탄을 맞고 있다. “넌 털면 안 나올 것 같아?” 최근 관가의 공포다. 누구든 희생양을 만들지 않고는 안 되는 분위기다. 이미 관행이 되어버린 것까지 뒤늦게 싸잡아 징벌하려니 기업이건 관료사회건 바싹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복지부동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관료사회가 위기를 맞으면서 국민과 기업들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소통의 문제가 심각하다.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려면 정부와 시장의 부단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돈과 향응이 따라붙어선 안 되겠지만, 지금은 공무원과 업자의 만남 자체가 아예 차단되고 있다. 이른바 탁상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현장을 모르면 무조건 ‘담합’이라는 죄를 씌워버리는 무리수가 나올 수도 있다. 이른바 있는 사람, 가진 사람들이 만나질 않으니 술집은 파리를 날릴 수밖에 없다. 강남 고급 술집들까지 거의 문을 닫을 지경이라고 한다. 공무원과 삼성이 골프채를 놓으니 골프장 예약 취소 사태도 줄을 잇고 있다. 서민 눈높이에 맞추려다 있는 사람들의 소비마저 막아버리는 우가 빚어지고 있다. 관료들이 쫓기듯이 내밀려 내놓은 내수 활성화 대책도 국민들과 기업을 더 힘들게 한다. 대체공휴일제 도입에 대해선 중소업계가 이미 인건비 상승 우려가 크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과외비 지출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가을방학 등의 아이디어 역시 학부모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아무리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다시 들어왔다고 해도, 국민들을 자꾸 놀리고 쉬게 해서 소비를 진작하려는 것은 무리다. 쫓기듯 만들어진 정책이 얼마나 거품이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대통령은 회의실 문을 걸어잠그고 1시간가량이나 장관들에게 호통을 쳤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관료들의 밑단까지 군기가 다시 잡힐지는 모르겠으나, 국가 통치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버럭 장치’만 갖고는 한계가 있다. ‘두려움에 대한 자극은 사람의 몸을 움직일 수는 있어도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꾸짖음이 순종은 이끌어낼 수는 있겠지만 헌신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지금은 시스템과 기강을 다시 세우는 게 시급하다. 관료들이 시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정권이양 여부와 관계없이) 해줘야 한다. 그래야 관료들도 떳떳할 수 있고 그래야 국민들과 기업들도 안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