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직업제한 받은 유대인
다이몬드 거래업 발전
정교한 기술 그대로 전수
신뢰 바탕 가족경영 독특
이스라엘의 히브리어에는 ‘마잘’이라는 단어가 있다. 행운 또는 운명의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주로 결혼, 생일 등에서 “마잘 토브”(축하합니다)로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전 세계 어디서나 이 마잘이라는 단어를 들을 수 있는 곳이 또 있으니, 바로 다이아몬드 거래시장이다. 세계 주요 다이아몬드 시장인 미국, 벨기에, 인도, 홍콩 등지에서 거래를 마친 두 사람이 “마잘”이라고 외치며 악수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거래가 성사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에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거래시장이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곳에서는 원석과 가공석을 모두 취급한다. 원석을 수입 가공한 후 판매하고, 더 정교한 가공이 필요한 것은 다른 나라에서 이스라엘로 수입되어 온다. 인도 등 다른 나라에서는 주로 작은 것을 가공하는 데 비해 이스라엘에서는 큰 것을 가공한다.
나라 크기가 작은 이스라엘이 어떻게 세계 다이아몬드 거래의 중심지가 되었을까?
유럽의 중세시대에 직업에 제한을 받은 유대인들이 가질 수 있었던 직업 중의 하나가 다이아몬드 거래업이었고, 전 세계에 퍼져 있던 유대인들 간에 거래를 주고받으면서 크게 성장해왔다.
특히 20세기 초 벨기에 안트워프 등에서 정교한 다이아몬드 가공기계를 만들어낸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에 이주해온 것이 이스라엘 다이아몬드 산업의 뿌리이다.
다이아몬드 비즈니스맨들은 작지만 고가인 다이아몬드의 특성상 독특한 비즈니스 문화를 갖고 있다. 신뢰가 생명이다. 수백만달러도 악수 또는 한 장의 계약서를 통해서 오간다. 변호사, 담보 등의 안전장치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오랫동안 신뢰를 기반으로 거래를 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가족 경영의 비즈니스이다. 보석을 감별하고 신뢰할 만한 거래상대를 가려내려면 매우 오랜 동안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점과, 신뢰할 만한 경영자는 결국 가족 일원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스라엘 다이아몬드 산업은 다른 산업과 좀 떨어져 있는 듯한 일종의 다른 세상이다. 그 상징은 텔아비브에 있는 ISDE(Israel Diamond Exchange)이다. 이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 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다. 분쟁 조정을 위한 중재사무소도 있을 정도이며, 이스라엘 법원도 이곳의 결정을 존중한다.
비자 요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이스라엘이지만 외국의 다이아몬드 구매자들에겐 특수 비자를 발급해준다. 이때에도 다이아몬드 거래소가 비자업무를 대행해주는데 해당 바이어가 얼마나 거래소에 자주 출입을 했는지가 요건이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한국 바이어들도 이스라엘로부터의 다이아몬드 수입을 재개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거래소에 따르면 인도 바이어는 노란색 다이아몬드를 좋아하고, 미국은 흰색으로서 덜 정교한 것을 선호한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흠이 전혀 없는 깨끗하고 정교한 제품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 작은 물건에도 나라마다 선호가 다르다.
그동안 세계 다이아몬드 산업은 미국, 벨기에, 이스라엘 등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인도, 중국, 홍콩 등이 급성장하면서 기존 중심지로 꼽혀왔던 이스라엘이 위협을 받고 있다.
다이아몬드 산업을 사수하기 위해 특유의 상술로 유명한 유대인들이 어떤 창의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