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백화점에 들른 관광객 김신나(가명) 씨는 실망하고 말았다. 딤섬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점원이 옷에 간장을 흘려 사과 받기를 기다렸지만 아무도 와서 사과하지 않았다. 기분 전환하러 유명 패션 브랜드 매장에서 옷을 샀다. 계산원의 실수로 다시 계산하기 위해 5분을 기다렸으나 역시 사과는 없다. 전자 매장에서 최신 헤어세팅기를 구매했으나 도대체 뭐가 불만인지 점원은 불친절하기만 하다. 결국 화가 난 신나 씨가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해 구구절절 하소연하니 서비스센터 직원이 말한다. “그래서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까?”(상담원) “제품이 아니라 백화점 서비스에 문제가 있단 말입니다.”(신나 씨) “그래서 도대체 제품에 문제가 뭡니까?”(상담원) 할 말을 잃은 신나 씨는 그냥 전화를 끊고 말았다. 쇼핑천국이라는 홍콩에 온 한국인 중 다수가 현지의 서비스에 아쉬움을 느낀다. 위의 사례처럼 고객 서비스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매장도 많아 ‘이렇게 해도 홍콩 사람들은 불평이 없는가’라는 의구심이 들지만, 답은 ‘불평 없음’이다. 홍콩 사람들은 실용성을 중시해 고객 서비스보다는 물건 값과 품질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즉 물건이 싸고 멀쩡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홍콩 사람들이 가장 잘 쓰는 말 중 하나가 “오케이라~”(OK)와 “땃라~”(그만하면 됐어요)인데, 이는 웬만한 일은 문제시하지 않고 넘기는 느긋한 정서의 일면을 보여준다. 좋게 말하면 무던하고 태평한 것이지만 섬세한 서비스를 중시하는 측에서는 속 터지는 자세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이런 불만들이 드디어 터진 듯하다. 홍콩의 주요 고객인 대륙 중국인들은 홍콩의 낙후한 서비스 태도에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홍콩 직원의 불손한 태도로 중국 관광객과 마찰을 빚는 사건을 종종 신문에서 접할 수 있고, 최근(2010년 4월) 중국인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에서 홍콩 여행 시 가장 불편한 점으로 무려 77%가 점원의 불손한 태도를 지적했다. 예전 같으면 홍콩인들이 이런 중국인의 반응에 콧방귀를 뀌었을지 모르나 이제는 서서히 서비스에 신경을 써야 하는 입장이 됐다. 중국인은 홍콩 관광객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2010년 홍콩을 방문한 전체 관광객 3603만명 중 중국인은 63%인 2268만명에 달했다. 세계 다양한 상품들이 들어와 최신 유행의 전시장 역할을 하던 쇼핑천국은 이제 중국 부자들을 위한 고가의 글로벌 브랜드와 보석상으로 뒤덮이고 있다. 이미 고가 브랜드 매장들에서는 대고객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고객 만족’의 구호가 십여년 전에 ‘고객 감동’으로 변한 지 오래이며 현재는 국제적으로도 수준 높은 서비스 문화를 자랑한다. 중국 대륙의 고객 서비스는 격식을 중시해 홍콩보다 오히려 한국과 비슷한 편이다. 격식이 적고 실용적인 홍콩인들도 한국의 매장에서 정중한 서비스 분위기를 경험하면 매우 신선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현지 진출 우리 기업들이 이러한 한국의 발달된 고객 서비스 문화를 적극 활용하면 홍콩과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