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북·중 정상회담이 끝남에 따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일정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방중은 과거와 비교해볼 때 특이한 점이 많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상당히 눈에 뛴다.
우선 김 위원장은 산업시찰 등 경제에 무게를 둔 행보를 보였으나 찬찬히 뜯어보면 ‘건성 건성’이란 의구심이 짙다.
가는 곳마다 산업시찰을 빼놓지 않았지만 둘러본 시간은 한 곳당 고작 30분 안팎이다.
창춘(長春)에서 이치(一汽)자동차를 방문했지만 30여분으로 미미했고 양저우(揚州) 영빈관 인근 대형할인마트를 들르자 시장경제를 살피려는 의도라는 설이 나왔지만 15분동안 쌀과 식용유 매장을 둘러봤을 뿐이다.
특별열차의 방향이 남쪽으로 향했을 때 ‘김정일판 남순강화’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는 빗나갔다. .
김 국방위원장은 방중 엿새째인 25일 베이징에 도착하기까지 동북 3성과 장쑤성 등 5000여㎞를 돌았지만 내용을 보면 경제시찰이나 개혁개방 학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의 발전상을 체험하고 개혁개방 경험을 전수받으러 왔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차라리 유람형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에서 중국의 집단 지도체제를 이끌고 있는 9명의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을 만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매번 방중 때마다 국가주석, 국무원 총리를 비롯한 9명의 상무위원 전원과 회동하며 북·중간 끈끈한 유대관계를 안팎에 과시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우방궈(吳邦國) 상무위원이 지난 18일부터 이달 31일까지 아프리카를 순방중이어서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상무위원 일정에 못 맞춘 것을 보면 이번 방중이 서둘러 이뤄졌거나 마지못해 성사된 냄새가 물씬 난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반응이 의외로 차분하다는 점도 주목된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이 이번 방중이 후계자 김정은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지와 식량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을 뿐 미국 정부는 이번 방중에 대해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대북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백악관에게 사전에 방중 사실과 방중목적 등을 알려줬을 가능성이 크다” 면서 “미국의 반응이 덤덤한 것은 이번 방중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으로 결론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번 방중이 이례적으로 중간에 공개된 것도 특이하다. 김 위원장 방중 이틀째인 지난 21일 일본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입을 통해 방중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중국 관영언론들도 김 위원장 방중사실을 보도하고 있다.
이와함께 북·중간 교차 답례방문 원칙이 깨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5월과 8월 올해 5월까지 모두 3차례 연속 중국을 방문했다. 반면 중국은 2009년 10월 원 총리가 북한을 방문한 이후 방북이 없다.
중국 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하기에 실익도 별로 없고 부담마져 커 방북에 나서지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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