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9회> 죽음의 계곡 31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참으로 복잡한 미로를 헤매는 꼴이 되고 말았다. 유민 회장은 골프 사업을 벌이자는 아내 신희영과 등을 돌리고 랠리에 뛰어든다. 하긴 랠리 사업을 벌이지 않으면 과거의 죗값을 치르기 위해 형무소에 끌려갈 판이었으니 어쩔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 틈에서 강유리와 강준호는 신희영의 치마꼬리를 잡고 유민 회장에게 온갖 해코지를 하려 든다. 그들 역시 유민 회장이 과거에 저질러 놓은 죗값을 되돌려 받으려는 것일 뿐. 문제는 그 사이에 얽힌 남녀상열지사가 멀미나도록 어지럽다는 것이다.
유민 회장은 지겟작대기를 잘못 놀린 대가로 현성애에게 상투를 잡혔다. 그런 와중에 현성애는 얼빵한 유호성에게 몸으로 접근하기 시작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형벌이 무엇일까?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한 여자를 사랑하는 일일 것이다.
현성애는 바로 그 점을 노리고 있었다. 이왕 아버지와 얽힌 몸. 그에게 가장 처절한 형벌을 안겨주기 위해서 그의 아들과도 사랑으로 얽히려 드는 생각부터가 패륜이고 부도덕하다. 하지만 이를 어쩌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는 그런 경우가 전혀 없지 않다. 그래서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가 있는 것이고,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란 말이 생겨나기도 한 것이다.
“회장님, 우리 회사가 자금난에서 벗어나려면 기필코 5대륙 관통 랠리경기를 성공시켜야만 해요. 그러기 위해선 아드님이 상위권에 입상해야만 하지요.”
“그야 물론이지. 호성이가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고, 그래야만 랠리를 빌미로 한 후속사업이 이루어지겠지.”
“잘 아시네요. 문제는 아드님 성품이 너무 유약하다는 거지요. 지옥의 랠리를 치르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다른 선수를 내보내? 엄청난 잔치를 벌여놓고 남에게만 떡을 먹일 수는 없잖아? 더구나 그 녀석도 자동차 경주에 미쳐있으니 시켜 볼 만한 일이지. 안 그런가?”
“미쳐있는 것과 잘 하는 것은 다르지요. 잘 해야 돼요, 이번 랠리.”
“그래서 그 녀석을 일본으로 연수 보낼 때 자네를 함께 보내기로 했잖아?”
“따라가는 것만으론 해결되지 않아요. 저에게 힘을 실어주세요. 모든 경비가 저를 통해서만 집행되도록 해주세요. 그게 해답입니다.”
해답을 제시하는데 싫다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유민 회장은 순순히 그러겠노라고 승낙했다. 그 승낙은 현성애에게 칼을 마음껏 휘두르라는 묵인과 다름없었다. 이젠 됐다. 기왕에 날이 퍼렇도록 갈아놓은 칼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게 되었으니 유호성, 너는 이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고마워요, 회장님. 제 한 몸 희생해서라도 아드님을 확실히 다잡고, 회사를 살려놓을게요. 이게 모두 회장님이 사랑해주신 데 대한 보답일 뿐이에요.”
현성애는 눈물연기를 리얼하게 펼쳐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노인을 유혹할 때 필요한 측은지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를테면 왠지 보듬고 안아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측은한 상태… 그 상태를 연출하는 중이었다. 측은지심에는 본능적으로 사랑이 침입하게 마련이다. 하물며 30대 초반의 아름다운 여자가 측은히 여겨질 때엔, 웬만한 늙은이라면 아련한 상태에서 목덜미로부터 발꿈치를 따라 흐르는 전율마저 느끼게 될 것이다. 가급적 온몸으로 그녀를 사랑해주고 싶은 충동을 생겨나더라는 말이다.
“자네가 그토록 날 위해주는 게 고마울 뿐이야.”
색즉시공(色卽是空)이라 했거늘…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몸을 숙이고 흐느끼는 그녀의 목덜미를 내려다보노라니 늘어진 옷 틈으로 언뜻 드러난 가슴골이… 아흐! 환장할 지경이었다. 상체를 숙인 여인의 젖가슴은 훔쳐 볼 때마다 어찌 그리도 아름다운지. 꽃무늬 레이스로 감싸인 연갈색 브래지어가 꽃받침처럼 받쳐져 있는… 그야말로 탐스럽게 피어난 한 떨기 목련과 다름없었다.
“현 양, 이리 앉아 봐요. 내가 주책이지. 하지만 참을 수가 없어요.”
아, 향기롭구나. 부드럽구나…. 유민 회장은 어느새 그녀의 젖가슴을 더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