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8회> 죽음의 계곡 20

무려 일곱 명이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기 위해서는 그 준비 작업도 만만치는 않을 터였다. 비행여정도 문제였지만 현지에 도착해서 움직여야 할 차량 준비와 통역 섭외가 더 당면한 문제로 떠올랐다.

“현지 이동차량은 밴이 좋겠지요? 그리고요 왕 회장님, 통역요원은 이왕이면 골프를 잘 아는 사람으로 골라야 할 거예요.”

유리는 신희영을 다그쳐 이 사안을 가급적 이른 시간 내에 확정 지으려 애썼다. 모든 것이 부족한 형편이었으므로 자칫 시간을 끌다가는 여건상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노파심 때문이었다.

“그런 자잘한 걱정은 나중에 해도 돼요. 문제는 어떻게 계란 노른자를 빼 오느냐가 중요해요. 그리고 어떻게 나발을 부는가도 중요하지.”

“…… 계란 노른자?”

“벌써 핵심을 잊었어요? 내 아들, 유호성을 우리 골프팀으로 빼 와야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 녀석을 위험하기 짝이 없는 자동차 놀이에 전념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얘긴데… 유리 양은 골프도 중요하지만 얼마 전에 내가 부탁한 것도 중요하게 여겨주면 좋겠어요.”

“호성 씨를 꼬이는 일요?”

“그래요. 그 녀석만 꼬여 오면 내 모든 걸 바쳐서 유리 양을 도울 거야. 그 빼어난 미모와 상냥함으로 그 녀석 혼을 빼 오란 말이에요.”

“사실, 지난번에 우리 골프팀에 합류하기로 약속까지 했어요. 그런데….”

“알아요. 내 남편 유민 회장이 가로챘지. 그 너구리 같은 늙은이가 말이야. 우리가 한 방 먹은 셈이에요. 하지만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어. 유리 양이 LPGA 챔피언으로 등극하는 날, 우리 호성이에게도 PGA 그린재킷을 입히고 말 테야.”

“왕 회장님, 나발을 분다는 건 무슨 말씀이에요?”

“언론플레이가 중요하단 뜻이에요. 지난번 싸움은 언론플레이에서 진 거야. 남편이 기자들을 구워삶았기 때문 아니겠어요? 그게 문제예요. 남편에 비해서 우린 언론플레이가 형편없이 약해. 그래서 한승우 실장을 전지훈련에 참여시키려는 거예요.”

“아… 네!”

역시 신희영은 대단했다. 결코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변죽마저 확실하게 울리는 여걸. 아무리 열악한 상황에서도 진퇴를 결정하는 판단이 뛰어났지만, 진돗개처럼 한 번 문 먹이는 놓치지 않으려는 집념 또한 무서웠다.

“오늘부터 유리 양은 모든 잡일을 나에게 맡기고 두 줄기 멘털의 강에 빠져들어 봐요. 골프란 기술로 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의 심연에 침잠하는 것이란 말을 들었지요. 골프공 하나에 마음을 집중하고 몰입하는 훈련부터 시작하는 것이 첫 번째 빠져들 강이에요. 그리고 두 번째 강은….”

“유호성을 꼬여오는 일이겠지요?”

“맞아요. 한 가지만 이루기에도 어려울 판에 두 가지를 부탁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결국 골프든 연애든 그 본질은 같아요. 집중과 몰임을 반복하는 일이지요.”

신희영은 진심으로 부탁했지만 강유리의 마음에는 아직도 사심이 담겨 있었다. 어쨌거나 강유리는 좋아죽을 지경이었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재벌 마나님을 꼬일 수 있는 전지훈련의 기회가 주어졌고, 자기는 자기대로 재벌 마나님의 비호 아래 재벌 2세를 꼬일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한 번 얻게 되었으므로.

‘재벌 가문으로 편일 될 확률은 두 배로 늘어났어. 아버지와 나… 둘 중에 먼저 성공하는 사람이 황제 아니면 공주로 승격되는 거야. 아무리 부녀지간이지만 이런 싸움에서는 페어플레이가 우선이지…. 파이팅 강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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