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로 무장한 사기 도박단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1일 LED(발광다이오드) 사기도박 테이블을 유통한 혐의(상습 사기)로 김모(31)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조직폭력배 이모(35)씨 등 2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또 도박 테이블을 제조한 혐의(상습사기 방조등)로 홍모(45)씨 등 4명에 대해서도 추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 등은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LED 사기도박 테이블과 몰래카메라 등 신종 도박기기를 제조, 유통한 후 사기도박을 해 5억3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제조 총책인 홍씨 등 제조업자 4명은 LED 테이블과 속옷형 무전기, 이어폰, 특수 몰래카메라 등 사기 도박기기를 제조해 전국 80여개 도박장에 유통시켰다. LED 테이블의 경우 1000만원, 무전기ㆍ이어폰 세트는 50만원에 판매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홍씨가 만든 LED 테이블은 테이블 상판에 LED 1500여개를 연결한 도박 테이블이다. 이 테이블 위에 카드를 덮어 놓으면 LED에서 나온 적외선이 카드를 투과하게 된다. 이때 적외선 특수카메라로 테이블 위를 찍으면 상대방의 패를 읽을 수 있다. 보통 사기도박에 특수용액으로 인쇄한 ‘목카드’를 사용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기도박은 상당히 진화한 셈이다.
경찰 조사 결과 유통책인 김씨 등은 LED 테이블을 사기 도박장에 설치해주고 ‘멘트 기사’ 역할도 해 편취액의 30%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멘트 기사’란 특수 카메라로 촬영된 상대방의 패를 보고 도박에 참여한 사기도박 선수에게 배팅 여부를 지시하는 사람이다.
이들이 준비한 사기도박에 가담한 사람들은 하루에 7000만~8000만원씩, 4~5일만에 2억~3억원씩 잃어 일부는 가정이 파탄나거나 자살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LED 사기도박 테이블이 서울, 부산, 인천, 강원 등 전국에 유통된 정황을 확인했다”며 “구매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shinsoso> carrier@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