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전세기로 대혼잡
트리폴리 공항 사실상 마비
목숨걸고 안전지대로
정부 뒤늦게 수송기 투입
진입도 불투명 설상가상
결전 임박 공항폐쇄설도
육로 통해 이집트로…
일부 근로자 목숨건 탈출
정부 늑장대응 불만 고조
리비아 엑소더스에 나선 우리 교민과 근로자 260여명이 전세기 도착 지연으로 20시간 동안 공항에 발이 묶여 공포에 떨고, 현대건설 직원들은 여객선을 타지 못해 다시 목숨을 걸고 안전지대로 되돌아가는 등 교민 안전 대책이 대혼란을 겪고 있다. 사지에 내몰린 교민과 근로자들은 정부의 어설프고 뒤늦은 철수 대책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5일 국토해양부와 현지 진출 건설업체 등에 따르면 트리폴리공항은 현재 자국민 철수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 보낸 전세기로 활주로와 주기장 등 공항시설이 사실상 마비 상태다. 여기에다 친정부군과 반정부군 간 최후의 결전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전면적인 공항 폐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탈출을 시도하는 한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트리폴리 현지에는 현재 우리 교민 560명이 전쟁터로 변해가는 리비아를 빠져나가기 위해 이집트 항공 전세기(260명)와 대한항공 전세기(330명)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탈출에 실패하고 고립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사태가 이처럼 악화되고, 대혼란을 겪는 것은 우리 정부의 늑장 대처와 구멍 뚫린 재외국민 안전 대책 때문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리비아 사태가 내전 양상으로 치달으며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과 프랑스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도 범정부 차원에서 수송용 전용기와 함대를 급파하거나 상업용 페리선을 임대 투입해 서둘러 자국민을 리비아에서 탈출시켰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최악 국면으로 접어든 이후 뒤늦게 이집트 항공 전세기 투입을 결정한 데다 트리폴리공항 도착까지 지연돼 교민과 근로자들이 밤새 공포에 떨어야 했다. 실제로 우리 교민 철수를 위해 현지시간 24일 오전 9시 카이로를 이륙해 트리폴리로 들어올 예정이던 이집트 항공 전세기는 공항 착륙 허가가 나지 않아 24일 오후 10시로 연기된 후, 25일 새벽 1시40분(한국시간 25일 오전 8시40분)에야 카이로 공항을 이륙했다.
이 때문에 리비아 탈출을 위해 대기 중이던 우리 교민 260여명은 트리폴리공항에서 밤새 공포에 떨어야 했다. H 건설 관계자는 “이집트 전세기를 통해 트리폴리 지사 직원 가족 등 총 20명을 카이로로 긴급 대피시킬 예정이었지만 전세기 투입이 지연돼 직원들이 20시간 동안 공항에 발이 묶여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5일 교민 330명을 추가로 수송하기 위해 출발한 대한항공 국적기도 트리폴리공항 입성이 불투명하다. 대한항공 B747-400L 특별기는 이날 새벽 1시께 인천공항을 떠나 이날 오후 6시께 트리폴리공항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리비아 당국으로부터 현지시간 25일 오후 6시, 한국시간 26일 새벽 1시에 트리폴리공항 착륙 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라며 “그러나 공항 활주로는 물론, 이륙 대기를 위한 주기장 시설까지 포화 상태라면 로마에서 상당 시간 현지 공항 상황을 지켜보며 대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했다.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아덴 만에 있는 최영함을 급파하기로 했지만, 리비아 북부 항구 도착은 3월 초는 돼야 할 것으로 보여 긴급 대피의 손길을 기다리는 우리 교민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뱃길을 통한 탈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24일 터키 여객선을 통해 리비아 벵가지에서 터키로 대피할 예정이던 50여명의 우리 근로자 중 현재 한미파슨스 직원 24명의 탑승만 확인됐을 뿐, 구체적인 대피 상황이 집계되지 않고 있다. 현대건설 직원 15명은 터키 여객선을 타려고 항구로 나갔다가 승선하지 못하고, 다시 육로를 통해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강주남 기자/namka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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