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 거리 응원은 한국인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저마다 주체하지 못할 열정을 지니고 있고, 그것이 하나로 뭉치면 얼마나 큰 효과를 낳는지를 새삼 깨달았던 것이다. 한국인의 기질로 열정적인 모습이 흔히 꼽히긴 했지만 ‘냄비근성’ 혹은 ‘쏠림문화’ ‘패거리문화’ 등 부정적 인상이 항상 따라다니곤 했다. 하지만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 경험은 한국인의 열정을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케 하는 계기가 됐다.
열정이 집단이기주의나 선정주의와 결합했을 때 위험하다. 2008년 광우병 파동이 대표적인 예이다. 시위의 정당성은 희미해지면서 시위의 주요 무대였던 청계천 광장이 무법지대로 변하기도 했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자주 벌어지고 있는 ‘마녀사냥’ 역시 열정이 지나치게 분출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열정은 외침과 전쟁 등 생존의 위기를 겪으면서 도를 넘고 빗나갔다고 진단한다. 전후 복구나 경제성장 과정에선 일정 목표만을 향해 나아가는 정책 기조와 맞물려 어느 한 쪽에 몰입되거나 과도하게 경쟁적인 경향도 짙어지기도 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인의 특징적 기질은 70~80년대 급속한 산업화가 이뤄진 사회적 환경에서 형성된 것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 도전적이기도 하지만 조급한 모습을 띠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질 덕분에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놀라운 속도로 경제발전을 이뤄내기도 했지만 수단ㆍ방법을 간과하고 결과만을 추종하는 문화도 낳았다.
근시안적이고 휘발성이 강한 한국인의 열정에 혼을 실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책 결정자가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을 갖고 국민의 열정을 조직화해 우리만의 문화로 특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식이 통하는 정상화(normalization)한 사회를 만들려는 제도개선, 공정 풍토 조성 등이 이뤄지면 열정은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 위정자와 국민 모두의 노력을 당부했다.
신소연ㆍ백웅기 기자/kgungi@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