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여론조사 꽃’ 건물 인근 CCTV 단독 입수
‘여론조사 꽃’ 인근에 25인승 군용 수송 버스·수송용 트럭 2대 투입 확인
총기 들고 무장한 군인 최소 6명…“HID 투입 가능성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계엄군의 장악 대상 건물 중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방송인 김어준씨가 대표로 있는 ‘여론조사 꽃’ 건물이 포함됐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중장)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여론조사 꽃, 선관위, 국회 등 6곳을 확보하라는 임무를 받았다고 말했는데, 이와 일치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본지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국군 정보사령부 소속 북파공작원 특수부대(HID)가 투입됐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는 것으로 추측된다.
1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인 4일 오전 계엄군들이 서울 서대구에 위치한 ‘여론조사 꽃’ 건물 인근에 투입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물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비상 계엄이 선포된 이후인 다음날인 4일 오전 0시 40분께 군복을 입은 남성이 찍힌 것을 시작으로 국회에서 비상 계엄 해제안이 가결되고 난 이후인 오전 1시 20분께까지 군인들이 찍힌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폐쇄회로(CC)TV를 좀 더 살펴보면, 국회에서 의원들이 한창 모이는 중이었던 0시 40분~0시 48분께까지는 계엄군이 인근을 걸어 다니는 등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국회에서 계엄 해제안이 안건으로 상정되고 의원들이 투표를 시작할 즈음인 오전 0시 50분 이후부터 걸음이 빨라졌다. 뛰는 군인도 보였다.
계엄 해제안이 가결되고 난 이후 오전 1시 20분께쯤 계엄군은 철수했다. ‘대한민국 육군’이라고 적힌 25인승 수송버스가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다만 25인승 버스가 떠나고 난 이후에 군용 트럭 2대도 현장을 떠났다. 앞서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방첩사는 지난 3일 밤 100명을 차출해 25명씩 4개조를 짜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 꽃’에 보냈다고 알려졌는데, 이 이상의 인원이 투입됐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총기 소지한 완전무장 계엄군 확인…북파공작원 특수부대(HID) 투입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
폐쇄회로(CC)TV가 흑백이라 계엄군의 복장 색깔을 완전히 식별할 순 없었지만, 복장이 다른 집단이 최소 2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몇몇 계엄군은 총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았지만, 총기를 소지한 채 완전무장을 한 계엄군은 최소 6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확보한 폐쇄회로(CC)TV를 본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영상이 흑백이라 색깔이 구별되진 않지만, 입은 군복으로 봐서는 특전사 예하부대이거나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휴대한 총기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식별되진 않지만 국내 총기는 아니고 해외에서 제작된 총기일 가능성이 높다. 화면상으로는 HK416으로 보인다”고 했다. 계엄군이 타고 떠난 군용 트럭에 대해서는 “최근 우리 군이 도입한 신형 전술트럭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 전문가 또한 “영상이 흑백이라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3공수여단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중장)은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제가 받은 임무는 국회, 선관위 셋(3곳),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 등 6개 지역을 확보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곽 사령관 휘하 아래 있는 1·3·9 공수특전여단, 직할부대인 707특수임무단 중에 어느 부대에서 몇 명이 투입됐을지는 모르지만, 이 특수부대가 여론조사 꽃 건물에 투입됐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국군 정보사령부 소속 북파공작원 특수부대(HID)가 투입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예비역 육군대장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각 부대별로 최정예 요원들은 5명씩 차출해서 약 20명 규모를 서울 모처에 대기시켜 놨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HID 투입설을 제기한 바 있다.
최기일 교수는 “HID는 검정색이나 청녹색 복장을 입는데, 필요에 따라서는 사복도 입고 헌병이나 특전사 군복을 입기도 하기 때문에 HID가 투입됐다고 단정짓긴 어렵지만, 투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군인권센터 또한 “영상에 찍힌 걸 토대로 보면, 공수부대 또는 HID 복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상 공수부대는 올리브색 군복을 입고 HID는 검정색 군복을 입는다. 색깔이 구별되야 하는데, 흑백으로 찍힌 영상이라 명확히 구별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만약 HID가 여론조사 꽃 등에 투입이 됐다면, 문상호 정보사령관은 위증을 한 셈이 된다. 앞서 문 정보사령관은 10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HID를 체포조로 운영했다는 의혹에 대해 “소집을 일부 했다”면서도 ‘국회의원 체포와 같은 유사한 지시를 받은 적 있냐’는 질문엔 “없다”고 답한 바 있다.
군 투입에 대해선 현재 조사 중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 계엄 특별수사단은 “방첩사, 수방사, 특전사, 사작사, 정보사, 국방부에 계엄 발령 관련 각 부대원 투입 현황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한 바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