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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예기획사 설립기준 완화] ①쉬워진 기획사 차리기, 활성화 도모될까?
국내 연예인 연습생만 100만 명이 넘었다. TV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아이돌이 등장한다. 이중 스타가 되는 이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로또 당첨 확률과 맞먹는다. 그렇다고 스타가 되는 게 로또처럼 단편적 행위로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개인 능력뿐 아니라 타인의 깊숙한 개입을 필요로 한다. 연예기획사가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한다. 소속사는 한 명의 스타를 탄생시키기 위해 세세한 부분부터 밀도 높게 관여한다. 여러 교육뿐 아니라 그들의 사생활과 법적인 부분까지 관리한다. 즉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 최근 연예기획사 설립 문턱이 낮아졌다. 기존 4년 이상 종사 경력자에서 2년 이상으로 줄어든 것이다. 또한 업계 종사자가 아니어도 연예기획사를 차릴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연예기획사의 난립과 활성화에 대한 여론이 분분하다. 업계는 이 같은 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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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소속사 로고)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연예기획사 창업이 앞으로 수월해진다.

지난 20일 종사 경력 요건을 낮추고 관련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경우에도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조승래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본래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등록하려면 4년 이상의 관련 업계 종사 경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새로 통과된 개정안에는 종사 경력 요건이 ‘2년 이상’으로 줄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시설에서 실시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할 경우에도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등록할 수 있게 됐다. 한 마디로 종사 경력 없이도 연예기획사 설립이 가능해진 것이다. ‘4년 종사 경력’에서 문턱이 확연이 낮아졌다. 이러한 개정안이 마련된 이유가 무엇일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 안미란 사무관은 “기존에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등록하려면 경력자라는 조건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4년이라는 경력 요건은 짧지 않다”며 “관련업을 했던 사람만 영업을 등록할 수 있어 새로 창업하려고 하는 이들에 대한 진입 장벽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민원이 상당했다. 다른 분야에도 4년까지 경력자를 요구하는 경우가 없다. 그래서 요건을 낮췄다. 경력이 없는 분도 창업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이번 개정안이 이러한 진입장벽의 벽을 허물고 관련 산업의 활력을 도모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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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 연예기획사 난립 및 사기 우려도…문체부 입장은?

이번 개정안이 시장 진입을 활성화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론은 이 부분이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 지적했다. 이미 연예기획사가 포화 상태인데다 간절한 꿈을 이용하려는 이들이 우후죽순으로 발생하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실제 지난달 모 엔터테인먼트 임원 A씨가 연예인 지망생 B씨를 상대로 수천만 원을 갈취해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 연예업계 종사자들의 우려가 괜한 기우가 아님을 방증한 사건이기도 하다.

업계 난립을 우려한 연예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경력자가 아닌 이들까지 가세한다면 확실히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출이 원활히 이루어질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교육으로 배운 매니지먼트와 실제 업무 운영은 차이가 굉장히 크다. 연예기획사는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더 까다롭다. 청년 일자리 상승을 위해 관련업의 문턱을 낮추는 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문체부 측 의견은 달랐다. 되레 낮아진 진입장벽이 더 많은 이들을 문체부 테두리에 넣게 되면서 업계 질서를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또 이로 인해 공정성까지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체부 안미란 사무관은 “우리 쪽에선 관련업을 등록하지 않고 미등록으로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보고 있다. 그분들이 오히려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봤다. 그래서 (진입장벽을 낮춰)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영업을 하도록 해 필요하면 규제할 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 공정하게 영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감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난립을 우려하지만 법적 테두리 내에 무등록 영업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여 합법적 영업을 늘려 업계의 공정성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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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 “연예기획사, 분야별 전문가 모아서 해도 될까 말까인데…”

다수의 연예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우려를 표했다. 한 관계자는 “탁상행정이 아니냐”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대부분 뻔하다. 처음 자본을 투자받고 음반을 낸 뒤 음악방송에 내보낸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뜨지 않으면 다음이 없는 거다. 이미 연예계에 이런 친구들이 상당하다. 이번 개정안이 이런 사례를 더 많이 야기 시킬 것”이라며 “신규 사업자들이 잘못이라는 건 아니지만 연예기획사를 로또로 보고 접근해선 안 된다. 스타를 양성한 회사는 그만큼 체계적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굴지의 종사자가 각 분야별로 전문가를 모아서 해도 될까 말까 한 사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측도 “협회 측과 해당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 업계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눠 보지도 않고 이런 결정을 한 부분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분명 많은 회사들이 생겨나겠지만 업계 혼란을 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 크다”는 입장이다.

현재 3대 기획사라 불리는 SM, YG, JYP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회사 지휘부가 관련업에 오래 종사했다는 점이다. 연예기획사는 고도의 끈기가 필요한 사업이다. 한 인물을 연예인으로 만들기까지 짧게는 몇 달에서 최대 수년이 걸린다. 특히 데뷔를 시켰다고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지속적인 관리와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과거 매니저와 연예인 둘이서 성공 신화를 이루던 시절은 끝났다.

인간은 복권이 아니다. 한번 긁고 버려서도, 버릴 수도 없다. 문체부가 내민 ‘교육’ 카드가 오랜 경력자의 땀과 이해관계를 뛰어 넘는 실효성이 담겨 있을 지도 의문이다. 그저 연예인 지망생들이 이전보다 조심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건 아닐까 우려스럽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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