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0~9000선까지 반등 시도
‘상저하고 vs 상고하저’ 팽팽
반도체 독주 벗어나 이익 확산
밸류업 실행 기업 옥석 가려야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올 한 해 유례없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겪은 국내 증시가 연말을 앞두고 새로운 분수령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업고 사상 처음 9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하반기 들어 AI 수익성 의구심과 고점론에 부딪히며 5000선 중반대까지 밀려난 상황입니다. 이에 한 해 동안 시장을 지켜본 투자자들의 고심 역시 깊어지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코스피가 극단적 저평가 국면을 딛고 8300~9000선까지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연중 흐름을 두고는 ‘상저하고’ 전망과, ‘상고하저’ 시각이 엇갈렸습니다. 전문가들은 AI라는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오르던 장세는 끝났다며, 내년에는 철저한 실적 지속성과 현금 창출력, 주주환원 실행력을 따지는 ‘옥석 가리기’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현대차·한투 ‘상저하고’…“극단적 저평가 탈피”
현대차증권은 내년 상반기 코스피 7000선 회복에 이어 연말 타깃으로 증권가 최고 수준인 9000pt(연간 밴드 6000~1만500pt)를 제시했습니다.
내년 시장을 바꿀 3대 변화 pt로 ▷매크로 개선(연준 상반기 금리 인상 종료 및 유가 하향 안정화) ▷외국인 수급 개선(스페이스X·앤트로픽 등 초대형 IPO 마무리 및 미국 증시 내 AI 집중도 완화) ▷반도체 이익 지속성에 대한 신뢰 회복을 꼽았습니다.
국내 반도체주는 상반기까지 이익 피크아웃 우려로 변동성이 이어지겠지만, 내년 중순부터는 2028년 이후의 이익 지속성을 시장이 신뢰하며 외국인 순매수와 함께 강세장을 재현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투자 전략으로는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AI 저연관 업종인 은행·보험 및 대형 헬스케어를 주목해야 한다는 제언입니다. 이외에도 원화 강세 되돌림 수혜 수출주인 자동차·조선·화장품 역시 눈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반도체의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승이 예상되며, 로보틱스도 2028년 대량 생산을 앞두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코스피 목표치로 8300pt(12개월 선행 PER 6배, EPS 1380pt)를 제시하며, 올해 4분기 저점을 통과한 뒤, 점진적 회복 경로를 밟는 상저하고 패턴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현재 12개월 선행 PER 4.3배라는 극단적 저평가 영역에서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도달해 시장 변동성이 완화되고,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주환원 강화를 바탕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가 강력한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4% 증가한 1341조원으로 전망하되, 기저효과 소멸과 중동발 유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압박을 감안해 마진 확보가 가능한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상반기에는 정유·화학, 은행 종목을 하반기에는 자동차·부품, 제약·바이오 분야를 주목했습니다.
특히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도 핵심 전략으로 ‘올라운드 포트폴리오’를 제시했습니다. 기존 포트폴리오가 AI 성장 방향에만 초점을 맞춘 ‘올인’ 전략이었다면, 내년에는 AI 핵심 밸류체인뿐만 아니라 자산군의 범위를 넓혀 고금리 단기채, 미국 국채, 위험 헤지용 실물자산(금) 등을 결합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아울러 AI 관련주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외에 시스템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등으로 주식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메리츠·NH ‘상고하저’…“AI 투자→생산 과도기”
반면 상반기 반등 이후 하반기 성장 동력 둔화와 거시경제 비용 부담을 경계해야 한다는 ‘상고하저’ 전망도 만만치 않습니다.
메리츠증권은 내년 말 코스피 타깃으로 8700pt(12개월 선행 PBR 1.2배 적용, 밴드 7250~9400pt)를 제시하며 상대 매력을 ‘상고하저’로 규정했습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7년은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 다음을 기다리는 과도기(Transition)로, 하반기로 갈수록 AI ‘투자’에서 새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기업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라며 “과도기에서 다음 AI 초기 사이클(Early cycle) 주도주가 아직 국내에 보이지 않는 점은 리스크”라고 짚었습니다.
다만 AI 인프라 투자의 레이트 사이클(Late cycle) 주도 팩터가 저평가·현금창출·주주환원이라는 점에서 상반기 매력은 유효하다며 최선호 업종으로 반도체, 유틸리티를, 차선호 업종으로 건설·건축, 운송, 화학을 꼽았습니다.
특히 ‘이익이 오르면서 배당을 늘리고도 현금이 남는’ 종목 선별을 강조했습니다.
NH투자증권 역시 내년 경제를 자본·AI 인프라·공급망·기업가치 등 4대 제약이 작동하는 ‘병목 경제’로 정의하며 코스피의 ‘상고하저’ 흐름을 예상했습니다.
NH투자증권은 상반기에는 미 연준이 AI 생산성 기반의 장기 디스인플레이션에 무게를 두며 실질금리와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1~3차 상법 개정안 실제 시행에 따른 배당성향 개선과 글로벌 연기금의 한국 비중 확대(외국인 수급 개선)가 맞물려 증시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5월 프랑스 대선 이후 입법 교착과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장기화, 하이퍼스케일러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4000억달러 예상) 등이 겹치며 자본비용(금리)이 재차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AI 병목이 올해 ‘메모리’에서 내년에는 ‘전력·계통’으로 이동할 것으로 점치며, 샌드박스(모델이 작성한 코드를 실행하는 공간) 사용 확대로 가속기 대비 중앙처리장치(CPU) 탑재 비율이 급증할 것이라며, 구매자(데이터센터)와 탑재량이 늘어나는 CPU, 기판, 전력기기 공급망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중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지속될수록 반도체, 2차전지, 방산, 로봇 등 전략산업에서 생산능력과 해외 거점을 확보한 한국 기업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따른 재평가가 관찰되는 시점으로 내년을 꼽기도 했습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2026년 상법·세법·자본시장법 개정의 효과가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전자주총 등으로 이사회 독립성과 일반주주 권익이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신영증권은 내년 글로벌 시장을 ‘금리와 생산성 J커브의 속도 싸움’으로 진단하며, 국내 증시는 상반기 전고점 재도전 반등을 기본 경로로 제시했습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6월 고점 이후 4개월 만에 40% 내린 하락은 이익이 꺾인 것이 아니라 멀티플이 깎인 ‘가격의 약세장’이었다”며 “과거 강세장에서는 주가 고점 뒤 1년 안에 절대 이익도 꺾였지만, 이번에는 양대 반도체사의 분기 영업이익 고점이 2028년 상반기로 약 21개월의 시차가 남아 있어 상반기 강한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하반기 경로는 ‘2028년 이익 추정치의 방향’이 가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장기공급계약(LTA) 효과와 소버린 AI 수요로 2028년 추정치가 상향되면 전고점 돌파 후 2차 수혜 업종으로 확산되는 ‘베스트 시나리오’가 열리지만, D램 현물가 하락이 추정치 하향으로 이어지거나 미국 증시가 실물 침체형 약세를 보이면 2차 저점을 이탈하는 ‘워스트 시나리오’로 전환될 수 있다는 조언입니다.
“제도 뒷받침 필수…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본격화”
흥국증권은 과거 반도체 사이클의 평균 이익 조정폭을 감안해 시장 전체 이익전망을 35% 할인하고 3년 평균 PER 9.0배를 적용한 내년 적정 코스피 지수로 8800pt를 제시했습니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AI 에이전트 보급과 LTA를 바탕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장기 호황이 현실화할 경우 밸류에이션 복원과 함께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다만 지수 레벨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낮은 배당성향, 총수 일가 중심의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 순환출자·자사주를 활용한 지배력 확대, 불투명한 합병·분할 관행이 여전히 남은 과제”라며 “과거 한국 증시의 상승이 기업이익 증가와 수출 확대에 크게 의존했다면, 향후에는 자본배분 효율성, 주주환원, 경영 투명성, 소수주주 보호가 결합되어야 지속 가능한 상승 사이클이 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업종별 차별화’에 주목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코스피 영업이익이 내년 1338조원(+38.2%)으로 늘어나겠지만 2028년에는 증가율이 9.5%로 둔화될 것으로 봤습니다.
특히 반도체 영업이익 증가율은 2027년 49.3%에서 2028년 9.0%로 낮아지는 반면, 비반도체는 같은 기간 10.6%에서 11.2%로 높아지며 비반도체의 성장률 우위 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이 4.2배로 역사적 하단에 위치한 가운데, 2027~2028년 이익 성장 지속성과 최근 3개월 EPS 추정치 상향이 동시에 확인되는 IT가전(배터리 턴어라운드), IT하드웨어(삼성전기 중심), 조선, 기계(전력기기), 화장품을 핵심 투자 후보로 선별했습니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코스피 순이익 증가세는 지속되지만 성장속도는 낮아지며, 12개월 선행 순이익은 견고하나 이익조정비율은 7월 고점 이후 하락이 예상된다”며 “이익 증가가 일부에 집중돼 업종 선택이 더욱 중요해지는 국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