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뇌가 왼쪽 몸 맡는 ‘교차 구조’ 진화과정 정리

포유류 등장 때 감각·운동 회로 이미 반대로 연결

기존 연구 모은 가설 논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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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오른쪽 뇌가 왼쪽 몸을 움직이는 이유가 5억 년 전 무렵 물고기 조상의 눈에서 시작됐다는 가설이 나왔다.

왼쪽 뇌에 뇌졸중이 오면 오른쪽 팔다리가 마비된다. 사람의 뇌는 오른쪽 대뇌가 왼쪽 몸을 움직이고 왼쪽 몸의 감각을 받아들이는 좌우가 엇갈린 ‘교차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오른쪽 눈과 왼쪽 눈으로 들어온 시야 가운데 왼쪽 절반도 오른쪽 뇌가 처리한다.

뇌가 왜 이렇게 엇갈려 있는지는 오래된 수수께끼였다.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은 1704년 양쪽 눈에서 나온 신경이 엇갈려 반대쪽 뇌로 간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1898년에는 스페인 신경과학자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은 실험으로 뇌의 신호가 반대 방향의 신체로 간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여러 가설이 나왔지만 교차 구조가 진화 과정에서 언제 어떤 순서로 생겼는지를 정리한 연구는 없었다.

최근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신경해부학(Frontiers in Neuroanatomy) 제20권에 미국 미네소타대 마틴 웨센도프 교수 연구팀은 척추동물 뇌의 교차 구조가 진화해 온 과정을 정리하고, 그 이유에 대한 새 가설을 제안한 논문을 발표했다.

눈으로 본 장면이 뇌의 반대쪽으로 전달되는 경로를 그린 그림. [프런티어스 인 신경해부학(Frontiers in Neuroanatomy) 제20권]
눈으로 본 장면이 뇌의 반대쪽으로 전달되는 경로를 그린 그림. [프런티어스 인 신경해부학(Frontiers in Neuroanatomy) 제20권]

거꾸로 연결된 ‘눈 신경’…눈 따라가다 몸 전체가 반대로

연구팀은 지금 살아 있는 척추동물의 뇌에서 좌우가 엇갈린 주요 신경 회로를 비교했다. 가장 먼저 엇갈린 것은 시각 회로였다.

연구팀은 턱이 없는 원시 물고기인 칠성장어와 먹장어부터 사람까지 살펴본 결과 모든 척추동물은 눈으로 본 시야의 반대쪽 뇌로 신호가 갔다.

시각 신경이 닿는 곳은 중간뇌에 있는 ‘시개’라는 부위다. 시개는 눈으로 본 정보를 받아 몸을 그쪽으로 돌리게 하는 일을 한다. 연구팀은 시개가 엇갈린 시각 정보를 받으면서 시개와 연결되는 다른 감각과 운동 회로도 차례로 엇갈린 구조를 따르게 됐다고 봤다.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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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네 발 달린 척추동물이 나타나면서 촉각과 청각 회로도 엇갈렸다. 시개에서 척수로 몸을 돌리는 명령을 보내는 회로와 팔다리 움직임을 조절하는 회로도 엇갈린 구조를 갖추게 됐다.

연구팀은 약 1억6500만 년 전 포유류가 나타났을 때부터 감각·운동 회로들이 이미 2억 년 가까이 엇갈린 채 이어져 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람 뇌의 겉면을 감싼 주름진 층인 ‘신피질’은 보고 듣고 느낀 정보를 모아 처리하고 몸의 움직임을 계획하는 곳이다. 포유류가 진화하면서 새로 생긴 부위다.

새로 생긴 부위인 만큼 왼쪽 신피질이 왼쪽 몸을 맡는 같은 쪽 구조로 자리 잡을 수도 있었지만, 신피질 역시 오른쪽이 왼쪽 몸을 맡는 엇갈린 구조가 됐다.

몸의 감각과 움직임을 맡는 신경 회로가 좌우로 엇갈리는 모습을 정리한 그림. [프런티어스 인 신경해부학(Frontiers in Neuroanatomy) 제20권]
몸의 감각과 움직임을 맡는 신경 회로가 좌우로 엇갈리는 모습을 정리한 그림. [프런티어스 인 신경해부학(Frontiers in Neuroanatomy) 제20권]

같은 방향 몸과 연결하는 건 진화 타이밍 늦어

연구팀은 그 이유를 ‘배선 비용’으로 설명했다. ‘배선 비용’은 뇌 속 신경을 연결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신경 연결이 길어지거나 많아질수록 신호가 전달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에너지도 더 든다.

신피질이 왼쪽 몸을 왼쪽 뇌가 맡는 같은 쪽 구조로 생겼다면, 이미 엇갈려 있던 시각·촉각·청각 정보를 다시 같은 쪽으로 넘겨줄 교차 회로를 여러 개 더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연구팀은 논문에서 “신피질이 이미 있던 신경 회로와 연결되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은 오른쪽 뇌가 왼쪽 몸을 맡는 엇갈린 구조였다”고 밝혔다.

운동하는 사람 [123RF]
운동하는 사람 [123RF]

대뇌에서 척수로 운동 명령을 내려보내는 신경 다발은 신피질과 함께 새로 생긴 회로라 기존 회로에 맞출 필요가 없지만, 대부분 엇갈려 있다.

연구팀은 이 신경 다발이 처음에는 운동이 아니라 감각을 조절하는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대부분의 포유류에서 이 신경 다발은 감각을 처리하는 대뇌 부위 근처에서 출발해서 척수가 감각 신호를 받는 부분에 닿는다. 손가락을 정교하게 움직이는 데 필요하다.

[연합]
[연합]

‘자연 선택’ 꼭 합리적이진 않아

연구팀은 이 신경 다발이 이미 엇갈려 있던 감각 회로와 함께 일하면서 같은 구조를 갖게 됐고, 나중에 운동 명령을 맡게 된 뒤에도 그 구조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슴도치와 두더지는 이 신경 다발이 엇갈리지 않고 같은 쪽으로 이어진다. 엇갈린 구조가 생존에 크게 유리했다면 자연선택에 따라 대부분의 포유류가 같은 구조로 자리 잡았어야 한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교차 구조가 생존에 유리해 진화한 것이 아닌,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을 그대로 이어온 결과일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자연선택은 진화의 강력한 힘이지만, 뚜렷한 생존 이점이 없는 특징도 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차 구조를 설명하는 기존 가설 가운데는 척추동물이 무척추동물 조상에서 갈라져 나올 때 몸이 뒤집히면서 신경도 꼬였다는 ‘비틀림 가설’이 있다.

가재 같은 무척추동물은 신경 줄기가 배 쪽에 있지만 척추동물은 등 쪽에 있다는 점에서 나온 가설이다.

연구팀은 해당 가설은 깔끔하지만 오늘날 엇갈려 있는 신경 대부분이 초기 척추동물에는 아예 없었다는 점에서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참고논문

DOI : 10.3389/fnana.2026.1937941

논문 정보 : Wessendorf MW and Wang DD (2026) Why is the right side of the brain responsible for the left side of the body? The evolutionary history of a puzzling trait. Front. Neuroanat. 20:1937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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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sdn11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