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와, 라임 쩌네.”
인터넷에 떠도는 ‘어사출두’ 영상은 두번째달 스스로 말하길 그들 노래 중엔 “이례적으로” 6만 5000건의 조회수를 넘었다. 나흘 만에 4만뷰를 찍었다고 한다. 랩보다도 더 빠른 가사가 숨 막히도록 이어진다. 소리꾼은 숨쉬기의 달인들이다. 긴박한 상황이 가사와 함께 리듬으로 연결된다. “드라마틱한 편곡”(조윤정)이 더해지니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사이다”(박진우)가 따로 없다. ‘춘향가’는 뭐니뭐니해도 ‘어사출두’가 클라이맥스다. “어린 친구들은 국악이나 판소리라고 생각 못하고 힙합인 줄 알더라고요.(웃음)”(조윤정)
두번째달(김현보(기타, 만돌린), 박진우(베이스), 최진경(키보드, 아코디언), 백선열(드럼, 퍼커션), 조윤정(바이올린), 이영훈(기타))이 일을 냈다. 최근 발매한 세 번째 앨범은 재킷부터 ‘우리의 소리’를 품었다. ‘판소리 춘향가’의 80여개 대목 중 14개 눈대목(판소리에서 가장 두드러지거나 흥미 있는 장면)을 골라 만든 앨범 덕에 요즘엔 ‘국악밴드’로 불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 앞에 붙는 수사는 대개 ‘에스닉 퓨전 밴드’였다. 두번째달의 멤버 개개인은 모를지라도 ‘궁’, ‘아일랜드’, ‘심야식당’의 OST를 통해 음악만큼은 유명한 밴드다.
“저희 밴드의 콘셉트가 세계 민속음악을 가지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보자는 거였어요. 1집 음반을 낸 뒤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질문이 국악은 왜 안 하냐는 거였죠. 두번째달은 민속음악을 소재로 하지만 잘 해서라기 보단 탐구하는 입장이었어요. 국악의 경우 좋게 나와야만 한다는 명제가 있었죠. 그 땐 자신이 없었어요.”(김현보)
‘판소리 춘향가’가 한 장의 앨범으로 태어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첫 구상은 2007년이었다. 리더 김현보는 유럽 각지의 음악축제를 다니며 “자기들의 민속음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무수히 많은 밴드를 만났다. “국악도 현대적인 색채를 입힌다면, 판소리의 내러티브를 두번째달의 색깔이 도와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든다면 재밌을 것 같다”는 구상의 시작이 9년 전 나왔다.
작업에 발동을 건 것은 2014년 정동극장 무대에서였다. 소리꾼과의 무대를 통해 춘향가로 50분 분량의 레퍼토리를 만들었다. 그 때 시작한 작업이 3년의 숙성기를 거쳐 한 장의 앨범으로 나오게 됐다. 이미 2014년엔 앨범의 60%를 완성했다.
“그동안 판소리를 리메이크했던 음악이 간과한 부분은 내러티브였다고 판단했어요. 재밌는 내용인지, 밝은 내용인지 등한시하고 조성에만 맞춰 음악을 만든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마이너로만 편중됐고요. 내용에 중점을 둬서 밝은 내용은 밝게, 슬픈 내용이면 슬프게 해야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작업했어요. 무슨 내용인지 몰라도 음악의 분위기만으로 입체감을 주는 거죠.”(김현보)
해학적인 이야기의 ‘어사상봉’은 집시 스윙으로 태어났고, ‘만첩청산’은 평화로운 정경을 묘사하기 위해 피아노와 어우러졌다. ‘사랑가’ 뒤로는 왈츠가 흐르고, ‘돈타령’은 블루스와 만났다. 변학도가 오는 장면인 ‘신연맞어’는 “서부영화 풍으로 거들먹거리는 느낌”(최진경)으로 태어났다. “뮤지컬, 영화처럼 직접적으로 보이는 모습들을 악기와 리듬의 변주로 구성”(백선열)한 곡이다. “잔잔하고 처연한”(이영훈) ‘쑥대머리’는 발라드를 연상시킨다. 젊은 소리꾼 김준수, 고영열은 최고의 조력자였다. “때로는 화내는 것 같고(조윤정), ”때로는 과하다는 느낌이 드는“(최진경) 판소리가 젊은 소리꾼들을 통해 ‘두번째달’과 동화됐다. “맞추려고 맞춘게 아니라, 전통의 방식으로 하면 앨범과 어울리는 음악이 나오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어우러진거죠.”(고영열)
“선생님들께선 쓴소리를 하실 수 있지만 톤 다운이 된 판소리가 입혀졌어요. 판소리는 저잣거리에서 하던 음악이었잖아요. 한 사람이 생소리로 멀리 있는 사람에게까지 들려주려다 보니 크고 세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거죠. 지금은 마이크도 있고, 보완할 수 있는 틀이 갖춰졌으니 훨씬 더 음악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어요.“(김현보)
길게 늘어졌던 판소리는 서양음악의 구성에 맞춰 5분 내외의 14대목으로 다시 태어났다. 축약된 부분은 음악으로 이어지고, 내용도 시간대 별로 점프한다. ‘적성가’로 시작한 앨범은 ‘더질더질’로 끝을 맺는다. ‘어사출두’까지 만들고 끝내려고 했던 앨범에 가장 마지막으로 추가된 곡이다.
”뮤지컬엔 피날레가 있잖아요. 그렇게 마무리하면 좋겠다 고민하다가 나온 곡이에요. 수미쌍관을 이루게 됐죠. ‘더질더질’은 판소리가 끝날 때의 맺음말이에요. 모든 판소리는 ‘더질더질’로 끝나요.“ 이를 테면 “‘뿅’ 정도”(이영훈)의 의미다.
‘국악 퓨전’, ‘판소리’라는 선입견이 진입장벽을 높이지만 일단 들어본 사람들의 반응은 뜨겁다. 심지어 대중적 감각이 가미됐다. 그 여세에 힘 입어 오는 7월 2일 오후 4시, 7시엔 서울 삼성동 베어홀에서 앵콜 공연을 갖는다.
“지난번 세 시 공연에 오신 분들이 여섯 시 공연 티켓을 또 사시더라고요. 일단보면 좋아하세요. ‘사랑가’ 떼창에 추임새까지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최진경) 이미 믿고 보는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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