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MBC 전 사장 [뉴시스]
최승호 MBC 전 사장 [뉴시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MBC 사장을 지낸 최승호 뉴스타파 피디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의 서사 설정에 “우리 사회의 좌·우 간 균열을 한층 더 심화시키는 사건”이라며 밝혔다.

최 PD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육영수 여사가 저격당한 비극적 사건의 기획자가 박정희 대통령 혹은 그의 수하였던 중앙정보부라고 상상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좌·우 간 균열을 한층 더 심화시키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어 “박정희 정권이 영부인을 죽인 범인이라는 의심을 하는 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밝혔다.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린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 입장을 밝힌 것이다.

최 PD는 “저는 당시 중학교 1학년 어린 나이였지만 육 여사의 죽음이 대중들에게 준 슬픔의 크기를 기억한다”며 “아내의 영구차에 손을 올리고 망연한 표정을 짓던 박 대통령의 모습도 남아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그 사건 뒤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고 그 역시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역사적 평가에 대해서도 균형 있는 시각을 강조했다. 최 PD는 “박정희란 인물은 과도 많았지만 대한민국이 오늘의 경제적 도약을 이루게 한 거인이란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를 빼고 대한민국의 오늘을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현대사에 남긴 족적을 높게 평가한다면 그만큼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평가도 높게 해야 균형이 맞다”며 “과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의 공적에 대해 후세대들이 자세히 알게 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공통의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서울의 한 영화관에 걸린 ‘암살자(들)’ 홍보물 [연합]
서울의 한 영화관에 걸린 ‘암살자(들)’ 홍보물 [연합]

최 PD는 최근의 정치적 상황과 엮어 진보 진영 원로들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의 비상계엄 이후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진보·보수의 균열이 매우 걱정스럽다”며 “‘암살자(들)’이 논란을 만들고 있으면 진보의 어른들이 ‘너무 나간 상상’이라고 선을 그어주면 안 되냐”고 반문했다. 최 PD는 1986년 MBC에 입사해 ‘피디수첩’ 등을 연출했고, 해직 후 뉴스타파를 거쳐 2017년부터 2020년까지 MBC 사장을 지낸 뒤 뉴스타파로 복귀했다.

현재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문세광의 저격 당시 권력기관의 개입이나 자작극 가능성을 영화적 가설로 차용한 점을 두고 보수 정당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으로부터 “역사적 비극을 왜곡한 패륜”이라는 거센 비판과 함께 ‘상영 즉각 중단’ 요구를 받고 있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확정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려는 의도가 없으며,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배후로 규정하지 않은 순수 창작물”이라고 해명했다.

제작사의 입장 발표에도 정치권 일각에서 중국계 금융사(CLSA 캐피탈) 투자를 거론하며 ‘중국 자본 배후설’을 제기하자, 제작사는 “100% 국내 자본으로 독립 제작된 작품으로 사실과 다른 정보의 확산을 자제해 달라”며 연이틀 공식 반박했다.

그러나 논란은 사법적 분쟁과 출연진의 수난사로 이어지고 있다.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이 허진호 감독과 제작사 대표, 각본가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한 가운데, 허진호 감독은 30일 유튜브 채널 ‘봉지욱의 오프더레코드’ 인터뷰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이 육 여사를 죽이라고 시켰다는 설정은 상식적으로 모순되고 개연성이 없어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며 “역사 왜곡 프레임때문에 열심히 일한 배우들까지 힘들어해 가슴이 아프다”고 직접 토로했다.

실제로 주연 배우 유해진이 모델(Model)로 나선 글로벌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유튜브 광고 댓글 창이 악플로 폐쇄됐으며, 이민호, 류혜영뿐 아니라 VIP 시사회에서 “현재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다”고 밝힌 김고은을 비롯해 이영애 등 동료 배우들의 개인 SNS에도 비난 댓글이 빗발치는 등 스크린 밖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