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1. 지난해 치솟는 전셋값을 피해 동작구에서 용인으로 집을 옮긴 A(39)씨는 “출퇴근 시간만 견디면 삶이 한결 쾌적해졌다”며 “주말의 삶과 녹색으로 둘러싸인 주거환경을 생각하면 서울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2. 올해 광명에서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한 B씨의 고민은 깊다. 무리하게 받은 대출금액과 상환기간 때문이다. B씨는 “‘이번이 아니면’이란 조바심에 서둘러 계약했지만, 30년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생각하니 내 결정에 의구심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탈(脫)서울’을 택해 수도권 외곽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 이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자족도시 성격의 신도시에 입성해 삶의 여유를 찾은 세대가 있는 반면, 과도한 대출로 이른바 ‘은행집’에 살면서 주거비 부담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세대도 있다. 특히 이주수요 증가로 경기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이 꾸준히 오르며 예전 같은 ‘가격 대비 만족’이 줄었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경기지역 거래량은 올해도 부쩍 늘었다. 17일 한국감정원의 부동산통계정보에 따르면 올해 경기지역 아파트 실거래량은 6만1300가구에 달했다. 같은 기간 서울 거래량 2만7312가구의 2배에 근접하는 규모다.
치솟는 전셋값과 월세를 피해 외곽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는 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수요 증가로 경기지역 아파트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서다. 올해 1분기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4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0.08% 오르는데 그친 반면, 경기ㆍ인천은 주거비 부담이 적은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세부적으로는 시흥시(0.64%), 양주시(0.52%), 평택시(0.40%), 파주시(0.29%), 의정부시(0.27%), 하남시(0.22%) 순으로 상승폭이 컸다.
서울에 직장을 둔 이들의 최우선 요건은 교통이다. 광명시 디지털로의 한 공인 관계자는 “서울에서 이사를 고려하는 이들의 최우선 요건이 바로 직장까지의 시간적 거리”라며 “역세권에서 멀더라도 도심 접근성을 갖출수록 집값이 비싸 자금력이 떨어지는 수요자들은 고민을 거듭한다”고 말했다.
실제 직주근접(職住近接)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은 두드러졌다. 한국감정원 기준 광명시는 지난해 6월 1㎡당 475만원에서 이달 506만원으로 6.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성남과 하남은 각각 2.2%(492만원→503만원), 7.2%(412만원→442만원) 올랐다. 성남시 분당구 S공인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 열풍에 지난해부터 유입된 인구가 부쩍 늘었다”면서 “3년 전부터 아파트 전ㆍ월세는 물론 오피스텔 등 임대물건도 꾸준히 상승했다”고 밝혔다.
2~3년 전 서울을 빠져 나온 수요자보다 최근 이주를 결정한 수요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더 크다. 높아진 집값에 자금력이 떨어지는 일부는 도심 접근성을 포기하고 저렴한 남양주(1㎡당 296만원)와 평택(1㎡당 254만원), 오산(1㎡당 266만원)까지 후보지에 포함시키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순수전세가 줄고 보증금 비중이 높은 준전세 계약이 늘어난 점이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킨 요인 중 하나”라며 “전세물건이 희귀해지면서 전셋값이 오르다 보니 경기권이라도 수요가 몰리는 일부 지역은 가격적인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탈서울을 택하는 이들의 주거비 부담과 집값 조정 가능성은 물량이 쏟아지는 올해 하반기 이후 커질 전망이다. 경기지역 주요 아파트값이 서울 강북권 수준에 근접하면서 더 외곽으로 밀리는 ‘2차 전세난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분양가 상승으로 인해 피로감이 쌓이면 거래량이 감소해 아파트값을 끌어내릴 수 있다”며 “경기권에는 여전히 기반시설이 부족한 지역도 있어 내집마련을 계획한다면 입지와 교통 등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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