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국내 은행들은 내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시 ‘달러 뱅크런’을 막기 위해 현금화 하기 쉬운 외화자산을 의무적으로 확보해야한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우려 등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인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 국채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국내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16일 제38차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외환건전성 제도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저유가로 산유국들이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미국 통화정책이 긴축 기조를 바꾸면서 지난해 하반기 부터 외화자금 유출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의 증권투자금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11월과 12월, 두달사이에만 5조 1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으며 올해 1월과 2월에도 8조 2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올해 3월과 5월 사이 8조4000억원이 유입되면서 상황이 개선됐지만 한국은행이 6월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미국의 대선 및 연내 금리인상 예고 등 글로벌 정치ㆍ경제적 리스크가 계속되면서 자금의 유출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비해 현재의 외화 유동성 규제체계는 평상시 지표관리에만 중점을 두고 있어 외화자금 조달이 어려운 위기시에는 대응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을때 당시 모든 은행들이 외화 유동성 규제를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외화 차입 차환율이 2008년 1월 126.4%에서 같은해 10월 39.9%로 불과 10개월여 만에 급락하고 외화의 공급이 감소하는 등 유동성 부족을 경험한 바 있다. 숫자 맞추기에만 신경쓰다 보니 위기시 대응능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후 은행권은 안전자산보유비율을 도입, 2015년 말 기준으로 628.6%(규제비율 100%)에 달하는 등 안전자산 보유비율이 크게 증가했지만 외환 위기 대응과 관련된 측면에서는 여전히 실효성이 미흡하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자본시장 규모가 크고 외국인 증권자금도 대규모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융위기 때 순 현금 유출액이 다른 신흥국보다 많은 편이어서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제 둔화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외화 자금의 급격한 유출 상황에서도 외화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해서 LCR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화 LCR은 이미 지난해부터 모니터링지표로 활용되는 등 국내 은행들이 외화 LCR 규제에 대비해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은행 수익성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지금도 외화 LCR 최저지도비율 50%를 충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재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은행들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규제 도입 시기를 내년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