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를 둘러싼 여야의 ‘네 탓 공방’이 재발 방지대책 마련이라는 본질은 잊은 채 점입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19대 대선을 17개월 남짓 남겨둔 가운데, 상대 당의 유력 인사 깎아내리기와 정권 비판에만 공력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구의역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용호 전 서울메트로 감사에 대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지씨는 문 전 대표와 같은 경희대 출신이라는 것 말고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인사’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민 원내대변인은 이어 ”문 전 대표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지 전 감사는 2012년 10월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서울시민캠프’ 상임대표로 일했다. 또 지 전 감사는 2012년 7월 ‘문재인을 사랑하는 경희인의 모임’ 회장을 맡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 국면에서 지지활동을 활발하게 펼쳤다”며 문 전대표와 지 전 감사의 연관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민 원내대변인은 특히 “지 전 감사는 자신의 SNS에 ‘(2011년 12월 열린) 문재인 선배님의 경희대 강연을 환영하기 위해 법학과 선후배 뿐 아니라 동대문갑의 당원 동지 여러분과도 함께 학교에 갔습니다’라고 적기도 했다”며 “문 전 대표와 지 전 감사가 ‘아무 관련이 없는 인사’라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문 전 대표는 서울메트로에서 벌어진 낙하산 인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구의역 사고 직후 사퇴한 지 전 감사는 문 전 대표의 최측근 인사”라고 공세를 펼친 바 있다.
문 전 대표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구의역 사고는) 새누리당 정권이 추구하고 방치한 이윤 중심의 사회, 탐욕의 나라가 만든 사고. 구의역은 지상의 세월호였다”, “그렇게 참혹한 일을 만들어 놓고도 정부는 반성할 줄 모르고, 오히려 진상 규명을 가로막고 있다. 그 무책임과 무반성이 또다시 구의역 사고를 낳았다”, “새누리당 정권은 공기업과 공공기관마저 효율성과 수익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도록 몰아갔다” 는 등의 글을 올리며 정권 비판의 수위를 높인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런 ‘언어의 공방전’이 자칫 구의역 사고 대책 마련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한 관계자는 “서울메트로에 정말 부적절한 낙하산 인사가 있었고, 그로 인해 사고가 벌어졌다면 철저히 진상 규명을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그러나 당장 ‘같은 학교 출신일 뿐이다 혹은 아니다’를 놓고 말싸움을 번지는 것은 국민들에게 정쟁으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