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 美 전 국무장관 ‘브로치’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 ‘스카프’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수트·큰 리본 男시선 끌며 소통·존재·자신감 뽐내

얼룩말(아프리카 방문), 미사일(러시아와의 미사일 군축협상), 태양(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지지를 표현)….

미국의 전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79)는 이른바 ‘브로치 패션’으로 유명하다. 그는 브로치를 통해 그의 의사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

올브라이트는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이자 미 행정부 사상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른 여성이다. 그는 브로치를 이용해 자신의 의중을 전달하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때문에 그의 브로치 패션도 하나의 외교 전략으로 관심을 받았다.

패션도 전략이다. 세계의 여성 리더가 늘어나면서 그들의 화려한 패션까지 주목받고 있다. 20세기만 해도 여성 리더들은 무채색의 바지 정장등으로 여성성을 숨기는 패션을 많이 선보였다. 하지만 현재는 오히려 과감히 여성성을 드러내며 화려한 패션을 선보이는 여성 리더들이 많아졌다. 그들은 패션을 단지 자신을 꾸미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여성 리더만이 가질 수 있는 효과적인 표현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성 리더들이 활용할 수 있는 패션은 헤어스타일, 의상, 구두 등 사실 아주 다양하다. 하지만 매일같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거나 높은 구두를 신고, 머리 스타일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 특히 누구보다 골치 아픈 일이 많고 바쁠 리더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그들에겐 작은 패션 액세서리가 효과적인 아이템이 된다. 단조로운 옷을 입어도 포인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스카프로 세계 경제를 대변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크리스틴 라가르드(60)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다. 그는 패션으로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것으로 유명해 패션계와 경제계의 관심을 동시에 받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는 요즘 무채색 계열의 정장과 단조로운 스카프를 착용함으로써 경기 불황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위안화가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됐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라가르드는 패션을 통해 의중을 전달했다. 붉은 색 무늬의 스카프에 빨간색 귀고리를 착용한 그의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이 위안화의 SDR 편입을 미리 알아챘다. 빨간색은 황금색과 함께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라가르드는 최초의 여성 IMF 총재로 남성 위주의 관료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고 평가받는다. 여성 리더들의 경우 남성 리더들보다 경영 방식이 좀 더 부드러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칙칙한 양복을 차려입고 표현 방법이 표면적으로는 좀 더 ‘파워풀’하게 느껴지는 남성 리더들과 함께 있다보면 ‘부드러움’이 유약함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사회나 회의실에서 밝은 스카프를 착용하는 것은 여성 리더만의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효과적이다.

스카프는 우선 타인의 시선을 집중시켜준다. 여자들의 경우 자신과 상호 작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얼굴을 쳐다보는데, 남자들은 그렇지 않은 경향이 있다. 스카프는 관료 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자들의 시선을 자연스레 끌어오고 이는 더 나은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시선을 끌어당기는 사람이 하는 말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무의식 중에 매력적인 사람이 하는 말은 그것이 사실이든 사실이지 않든 더 솔직하게 여겨진다. ‘스카프를 매는 사람’이라는 직관적인 캐릭터 또한 부여해준다.

파리의 여성 시장 안 이달고도 어두운 색의 자켓을 입고 화려한 스카프를 두르는 대표적 여성 리더다. 화려한 스카프로 시선을 얼굴에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는 실크와 울로 된 스카프를 두르며 활력을 얻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도 본인만의 패션 스타일이 확고한 여성 리더다. 그는 여성스러운 패션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짧은 쇼트 커트와 수트로 비즈니스 웨어를 즐겨 입는다. 바지를 즐겨 입어 카리스마와 활동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색깔은 빨강과 파랑 같은 원색이 많고, 어두운 색의 수트를 입을 때는 큰 리본과 코르사주로 화려한 포인트를 준다. 패션 액세서리를 과감히 선택함으로 자신의 자신감을 뽐내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사용하는 아이템들은 얼핏 보면 평범한 사람들이 소화하기 힘들 것만 같은 아이템이다.

세계의 많은 여성 리더들이 패션 아이템을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 제네비브 벨 인텔(Intel) 상호작용 및 경험 연구소 소장 또한 화려한 패션을 즐긴다. 그는 “나는 어울리려고 옷을 입지 않는다. 튀려고 입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웨이쑨 크리스티안슨도 스카프를 즐겨 두른다.

한지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