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ㆍ배문숙 기자]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파워게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이들 G2 고래싸움에 낀 ‘새우’ 신세가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G2가 벌이는 ‘환율전쟁’ 유탄을 맞아 원화절상 압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다 양측 ‘무역전쟁’ 격랑에 한국의 철강과 세탁기ㆍ타이어 등 주요 수출품이 잇따라 반덤핑 제소를 당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등 정치권에서 자국 산업과 기업을 보호하려는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통상압력이 노골화하고 있다. 우리로선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은 6~7일 이틀 동안 베이징에서 진행 중인 미중전략경제대화에서 첫날 북핵과 남중국해 문제로 격돌한 데 이어 7일에는 환율과 무역문제를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철강 등 주요 제품에 대한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세계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며 생산감축 등 구조개혁 약속을 지킬 것과, 외환시장 개입 중단 등 위안화 절상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G2 대결의 불똥은 곧바로 우리 기업쪽으로 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대거 중국으로 이전해 수출의 전진기지로 삼고 있는 상태여서 대중 압박이 한국기업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고, 위안화 절상은 원화절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철강과 세탁기ㆍ타이어는 이미 태풍권 안에 들어갔다. 미 상무부는 최근 중국산 냉연강판과 내부식성 철강제품(도금판재류)에 각각 522%와 541%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산 내부식성 철강에 대해서도 평균 28.3%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작년말에는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판매하는 세탁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것을 요구했다. 타이어의 경우 국내기업의 중국 법인에서 생산한 일부 제품에서 미국과 덤핑 분쟁이 진행중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할 경우 영향을 받는 품목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한국 수출총액의 4분의1을 차지해 비중이 가장 큰 시장이며, 미국은 중국에 이은 제2의 수출국이다. 무역전쟁이 확대되면 한국의 타격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환율전쟁도 이미 시작됐다. 미 재무부는 지난 4월 중국과 한국을 비롯해 일본, 독일, 대만 등 5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통화가치 절상을 압박하고 나섰다. 중국과 한국에 대해 위안화와 원화 가치를 더 높임으로써 과도한 무역 및 경상흑자를 줄이고 내수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이런 압박은 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선 대선을 앞두고 자유무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고조되고 있고, 중국에선 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 수출에 적극 나서 양국의 무역ㆍ환율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