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태양광 사업 분야 매출의 30%가 순수 공공 조달시장에서 발생하고, 나머지 70%도 건설사를 통해 수주한 공공물량이 대다수입니다. 회사 전체 매출 중 태양광 사업 분야 매출은 10%도 되지 않는데,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워보기도 전에 설 자리를 빼앗기니 막막합니다”

지난 2007년 국내 최초로 태양광 발전장치 일체형 창호를 선보이고 관련 사업에 뛰어든 이건창호 관계자의 절박한 목소리다. 이건창호는 지난해 약 168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근소한 차이로 중소기업을 졸업한 이른바 ‘경계 중견기업’이다. 지난 24일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한 태양광 발전장치 관련 매출은 1/10인 150억원 가량에 그친다.

중기청이 발전용량 범위 500㎾ 이하의 소형 태양광 발전장치를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면서 경계 중견기업의 관련 사업이 위기에 처했다. 이들 경계 중견기업은 태양광 발전장치 시장의 ‘소수자’로 관련 시장의 유기적인 성장의 틀 마련을 위해서라도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태양광 발전장치는 총 149개 업체가 생산하고 있다. 이 중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7곳, 139곳이며, 중견기업은 이건창호, 신성솔라에너지, 에스에너지 3곳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 2687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에스에너지를 제외한 이건창호와 신성솔라에너지(매출액 약 1485억원)는 근소한 차이로 중소기업을 졸업한 경계 중견기업이다.

문제는 500㎾ 이하 소형 태양광 발전장치가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서 공공조달 시장에서 이들 경계 중견기업이 설 자리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이다.

중기청이 공개한 조달청 나라장터의 지난해 발주내역에 따르면, 총 1837억원 규모의 태양광 발전장치 공공조달 시장에서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500kW 이하 제품 시장은 전체 발주 금액의 71.3%(1310억원 가량)를 차지한다.

중기청 관계자는 “나머지 30%(500㎾ 이상, 약 500억원 규모) 시장에는 중견ㆍ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다”며 “합리적인 상생안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액이 아닌 발주 건수를 따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총 531건의 태양광 발전장치 발주 건수 중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500kW 이하 제품의 발주 건수는 97.6%(519건)에 달했다. 즉 이들 경계 중견기업은 2.4%(발주 건수 12건) 뿐인 500㎾ 이상 태양광 발전장치 공공조달 시장을 두고 7곳의 대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셈이다.

중기청이 보완책으로 제시한 ‘태양광 발전장치의 부품별 원산지 표시’ 제도도 일부 경계 중견기업에는 무용지물이다. 태양광 부품을 생산하는 신성솔라에너지 등은 이 제도 적용으로 부품 판매량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완제품 시공만을 전담하는 이건창호 같은 업체는 아무런 이득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견ㆍ대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참여를 제한해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는다는 중기 간 경쟁제품의 취지는 나무랄 곳이 없다. 그러나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 또는 소외자가 단 하나라도 발생한다면, ‘상생’이라는 본래의 취지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그 소외자가 속한 집단이 소수의 경계집단이라면 더욱 그렇다. 태양광 발전장치 시장의 중간급 주자를 육성하기 위해서라도 이들 경계 중견기업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한 때다.